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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유채가 섬 전체를 물들인 청산도. 우리나라 땅 끝 완도에서 다시 40여분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먼 곳이라 갈까
말까를 많이 망설였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네비게이션으로 알아보니 완도까지 거리는 무려 330km. 소요시간은
무려 5시간에 육박한다. 하지만 청보리와 유채밭의 유혹은 정말로 뿌리치기 힘들다. 결국 하루 다섯 번 밖에 운항하지 않는 완도-청산도 여객
선의 첫배를 타기위해 금요일 저녁에 완도로 출발했다. 광주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를 두 시간 넘게 달리니 완도다. 바닷가에 인접한 모텔
에 숙소를 잡았다. 전자식 열쇠가 장착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널찍한 거실과 잘 갖춰진 시설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여행길에 주로 펜션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잘 갖춰진 시설들이 조금 놀랍다. 내가 이용한 모텔은 '리베라' 특실 가격
은 4만원이다. 펜션이나 호텔보다 훨씬 싸고 시설도 좋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모델에서 밤을 보낸 후 이른 아침 완도항을 둘러 보았다. 잔잔한 바다와 맑은 하늘은 오늘 찾을 청산도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완도에서 청산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물때에 따라 정확한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고 찾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는데, 카페리 운항
을 책임지고 있는 청산 농협(061-552-9388)에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7-8시 사이에 첫배가 있다. 이른 아침을 먹고 8시 첫배를 타기
위해 30분이나 일찍 부두에 도착했지만, 이미 첫 배에는 30여대의 차들이 모두 올라 있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로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하니 조금 더 서두르지 않았던 걸 후회하게 한다. 미리 차를 청산도행 부두에 줄을 세워 놓고
다른 일을 보는 것이 현명하겠다. 하는 수 없이 10시 배를 타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8:30분에 임시 배를 운항한다고 한다. 운이 좋으려나 보다.










완도에서 20km, 뱃길로 45분 거리에 있는 청산도는 인구 3,000명, 섬의 면적은 40㎢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 속한다.
하얗고 빨간 두개의 등대가 배를 맞이하는 청산도 부두는 항구라고 하기엔 너무 맑고 깨끗한 바닷물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부두의 매표소에 함께
위치한 여행 안내소에서 지도와 책자를 받아들었다. 섬을 반으로 갈라 북쪽 반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다.


















우선 청산항이 위치한 도청리에서 불과 5분 거리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봄의 왈츠 세트장을 찾았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정상에 다다
르니 오른편으로 주차장이 보인다. 돌이 많은 청산도답게 주차장 역시 돌담으로 잘 꾸며져 있어 관광객을 배려하는 마음 보였다. 돌담으로 밭고 밭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속에는 노란 유채가 에메랄드빛 바닷물과 어울려 더욱 강렬하게 눈을 자극한다. 화려하게 지천에 깔린 보리와
유채 아래로 멀리 도청항의 모습과 도락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채향기 가득 실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가슴이 뻥 뚤리는 듯 시원하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맑고 깨끗하기에 청산도라 부르나보다. 다른 한 쪽에는 푸르게 자란 청보리가 봄바람에 흩날리며
하늘하늘 춤을 춘다. 보리밭 사이의 돌담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서편제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감미롭게 다가온다. “아리 아리랑, 서리 서리랑, 아라
리가 났네~에흐에,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아직도 진도 아리랑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 하다. 다 자란 보리와 노란 유채가 하나 되어 온
섬을 뒤덮은 4월은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뽐낼 최고의 달이기도 하다.





청산도는 비탈진 산허리에 위치한 논과 밭 때문에 아직까지 지게와 소가 농사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논과 밭이 산의 비탈을 따라 층층이 놓여져 있는데, 보통 다랑논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지만, 여기 청산도의 그것은 조금 다르다. 유난히 돌이
많은 것이 청산도의 지질적 특성이라서, 벼를 심기위해 논에 물을 가두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는 것. 그래서 오래전 집을 지을 때 불길의 통로를 위해
깔았던 구들장과 같은 넙적한 돌을 논바닥에 깔고 나서 그 위에 흙을 덮어 논을 만들었다고 한다.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구들장 논은 추수가 끝난 10월 말에 보리를 뿌려 이듬해 5월에 거둬들이고, 마늘과 양파를 심는 등 2모작이 기본
으로 한시도 놀려두는 땅이 없다. 봄의 왈츠 세트장은 아직도 실내와 외부 모두를 깨끗이 관리하고 있는데, 보통의 관광지들은 자그마한 곳이라
도 모두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은데 비해 청산도의 순수한 사람들은 무료로 개방하고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청산도의 택시는 대부분 이처럼 4륜 구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