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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도....
예전 충무라 불리던 지금의 통영항에서 쾌속 여객선으로 1시간 20분을 달려야 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나는 천예의 비경을 간직한 남도의 작은 섬 나라, 매물도로 여행을 가려고한다.









새벽 2시30분에 대전 톨게이트에서 모이기로 하고 9시를 조금 넘긴시간부터 잠을 청하려 했지만
계속 뒤척이다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언제나 여행 전날은 잠을 설친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혹시라도 못 일어날거같은 긴장감이 잠 못들게 하는가보다.

1시가 조금 못되어 청주터미널 근처에서 허설을 픽업해서 대전으로 향했다. 허설은 충주에 산다.
그는 디미지클럽( http://www.dimageclub.com )의 대장이다. 또 그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다.
거친듯한 인상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곱고, 생각이 깊다.
가는 길에 차에 연료를 가득 채웟다. 경유값이 정말 많이 오르긴 올랐나보다. 무려 6만3천원어치가
들어간다. ㅠㅜ
대전으로 가는 길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이 비가 퍼 붓는다. 근데 이 비가 왜이리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 비가 그치고나면 맑게 개일 하늘과 뭉게 구름들이 두둥실 떠오른 매물도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싱긋이
웃음이 난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만나기로한 일행중 한명인 '서우'를 대전IC 도로공사 주차장에서 만났다.
서우는 선생님이다. 논산의 직업 전문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서글서글한 말투와 곱상한 외모, 그리고
장난끼어린 눈매가 함께 있다보면 정말 이사람이 선생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명이서 멀리 남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섬 여행을 떠난다.
대진 고속도로를 타고 덕유산을 지나니 비는 그쳤다. 진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서부터는 계속 국도를 달렸다.
고성을 지나니 4차선으로 잘 뚤린 국도가 시원스럽다. 새벽이라 그런지 차량도 거의 없어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여객터미널에는 첫 배를 기다리며 새우잠을 청하는 이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일행은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객터미널 근처 식당은 24시간 영업을 하는가보다. 불야성을
이룬다. '충무 할머니 김밥' 이라고 쓰여진 간판의 식당을 찾았다. 무뚝뚝한 주인아주머니와 그의 딸인듯 보이는
이에게 주문을 하고 우거지 된장국과 함께 충무김밥으로 아침을 떼웠다.

매물도행 표를 끊고 배에 오르기위해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늘씬하게 잘 빠진 쾌속 여객선 한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흔들흔들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스텝을 맞추고있는 배를 보니 올라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는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배멀미에도 불구하고 그 곳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섬이 바로 매물도다.



선장님과 다른 분들의 툭툭 내뱉는 반말의 사투리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내가 들어도 기분나쁘지 않고 무척이나
정감이 간다. 파도가 거의 없이 잔잔한 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 시원하게 뱃머리에 나가
바닷바람을 맞으니 한결 낫다. 몸에 끈적이는 바닷바람을 잔뜩 안고서 배는 매물도를 향해 나아간다.



이윽고 배의 속도가 줄어들며 통영을 출발하여 첫 기착지인 소매물도 포구에 도착하였다. 섬의 초입에서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길과 거기에 다닥다닥 붙은 소박한 어촌의 작은 집들은 정겹게 느껴진다. 민박과 섬 일주
여행을 권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동네 사람들을 웃음으로 그냥 외면하고 일단 아침의 맑은 기운의 하늘과 등대섬을
담기로 결정했다.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지는 동네를 지나 두사람이 지나기도 비좁게 느껴지는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15분 정도를 오르니 이제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텅빈 폐교가 눈에 띤다.
크기가 작지만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아름다운 학교다. 잘만 가꾼다면 정말 멋지겠단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군데군데 부서진 나무 마루와 유리창에 하얀색 펜으로 쓰여진 글귀와 시들.. 그리고 예쁜 그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리창 너머로 살며시 학교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듯한 책상과 필기도구..그리고 커피잔들이 놓여져 있다.
관리하는 사람의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버려지지 않았나 보다.




조금 더 정상 쪽으로 오르다보니 두갈래 길이 나온다.
좌측은 산허리를 돌아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폐쇄된 등대터를 지나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는 좌측길을 택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일 정도다. 뜨거운 남도의 햇살과 바닷 바람을 맞으며 수평선을 바라보니
이 곳이 섬이란게 몸과 눈으로 느껴진다.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니 멀리 대매물도가 보인다.
생각보다 맑지 않은 날씨로 파란 하늘을 담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하겠지...




와.. 드디어 등대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와 등에 흐른 땀방울을 식혀주니 가슴속이 뻥 하고 뚫리는듯 하다.
바로 이 장면을 보려고 밤을 새워 이곳으로 달려왔나보다. 정말 이쁜 모델이라도 있으면
그냥 CF 촬영이 되는 그런 곳이다.



서우의 반바지가 추워보이기까지 한다.
간조 시간이 새벽 5시반, 오후 5시 반이라서 등대섬을 걸어서 넘어가긴 힘들겠다.
배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데 뿌연 하늘을 보니 쉬 마음을 정하긴 힘들다.




목 좋은 자리에 허설이 자리를 잡았다. 추석이 내일 모레지만 남도의 햇살은 아직 한여름이다.
초록의 풀들의 자라난 소매물도의 바람부는 남쪽 언덕에는 햇살을 피할만한 나무들이 거의 없다
군데군데 소나무가 자라있는 소나무 그늘을 찾아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힌다.
섬에는 수백마리의 흑염소를 방목하는데, 가는 곳마다 염소들의 응가가 난무하다.
섬에서는 털석 풀밭에 앉기전에 반드시 염소의 응가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한다. ^^;;;



등대섬 옆으로 고깃배가 한 척 지나간다.
역시 그림처럼 아름답다. 날씨만 좋았으면 정말 대단했을텐데...
편광 필터가 그다지 소용이 없는 날씨다.... ㅠㅜ




그래도 서쪽의 높은 하늘은 아직까지 파란 기운이 느껴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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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