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에서의 3일차 입니다. 

오늘은 빅투어를 하는 날인데, 사진은 역시 일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제 망친 앙코르왓트 일출을 만회하고자 새로운 포인트로 가봅니다.

바로 Srah Srang 입니다. 왕의 목욕탕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그 입구에 화려한 단상들이 있고, 저수지 가운데에는 작은 불탑이 있습니다

쓰라 쓰랑의 일출 모습입니다

저수지 건너편에서는 새벽부터 음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는데, 결혼식이 있는 집에서 틀어 놓은 거라고 합니다. 이곳 문화인가봐요. 

어두컴컴한 단상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꼬마 아가씨가 말을 걸어왔습니다다.

"커피 한 잔 안 하실래요?"

해돋이를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서  "오케이!"를 외쳤습니다.

3~4백 미터는 족히 될법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커피를 타왔는데 커피 맛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 잔에 2달러라고 했는데, 잔돈이 5달러 밖에 없었습니다. 거스름돈이 없다고 해서 그냥 됐다고 했네요.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은 꼬마 아가씨는 15살 정도로 보였는데 스무살이나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말고 7명이 더 있었지만 커피는 겨우 한 잔만 더 팔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더 많이 팔았으면 좋겠네요.

쓰라 쓰랑 바로 앞쪽에는 '반티에이 크데이'라는 절이 있습니다.

7시가 되어야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조금 기다렸다가 1등으로 들어갔네요.

여기도 바이욘을 만들었던 같은 시기에 지어진 절인데, 심하게 훼손 되어서 제대로 복원이 안 된 것 같았습니다.

'무너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든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기울어지고 틈이 벌어지는 벽체들을 나무들어 겨우 겨우 받치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조각들은 앙코르왓트의 벽면을 채운 압사라와는 다른 모습들입니다. 

여신들의 모습이 조금더 차분하고 엄숙해 보여요.

그래서 이곳의 여성 조각상은 압사라 라고 하지 않고 '데바타'라고 합니다. 

압사라는 춤을 추며 다른 신들을 즐겁게 해주는 하급 신이라면 데바타는 종교 의식을 치르는데 옆에서 보조를 해주는 신이라고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진을 찍는 저에겐 무척 인상 깊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가로웠지만 조각들이나 기둥들의 모습들이 멋졌거든요. 여기도 추천합니다.

다음으로는 프레룹 사원입니다.

이곳은 10세기에 지어져서 왕실의 화장터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벽돌로 쌓아서 만든 것처럼 다른 사원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찍어낸 벽돌이 아니고 돌을 다듬어서 벽돌 모양으로 만들었더라고요.

프레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 메본입니다.

앙코르 톰의 동쪽과 서쪽에 '바라이'라는 인공 호수를 지었고 그 안에 수상 사원(메본)을 지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동쪽 호수들을 다 메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서 바라이는 여전히 인공 저수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 '이스트 메본'의 특징은 코끼리 상입니다. 

사면을 둘러 코끼리가 지켜주고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둘러본 곳은 '따 솜'인데요, 아무 생각 없이 들렀는데 생각보다 너무 예뻐서 놀란 곳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원들은 '스펑 나무'라고 불리는 열대우림의 거대한 나무들에 점령당해 버려 무너지기도 혹은 감싸이기도 합니다.

따 솜은 서쪽 입구만 이용할 수 있는데, 동쪽 입구를 나가면 특별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원래 해자가 있는 사원이었는데, 지금은 물줄기만 흐르고 있어 볼품이 없지만 동쪽 끝으로 가면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물이 많고

특히 동쪽 문에는 벵골 보리수가 문 전체를 감싸고 있어 특별한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 강추~~

다음은 니악 뽀안 이라고 하는 절인데, 이곳도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사찰입니다.

이곳 역시 바이욘을 세운 자야바르만7세가 세운 곳인데, 불교 병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가운데 탑을 중심으로 4개의 수로를 파서 연못을 만들고 물을 채웠습니다.

동쪽은 사람의 얼굴을 한 수로, 서쪽은 말의 머리 모양의 수로, 남쪽은 사자 머리 모양의 수로, 북쪽은 코끼리 머리 모양의 수로를 만들고

각 저수지마다 각기 다른 치료의 효과가 있었다고 믿으며 아플 때마다 저수지에 몸을 담갔다고 합니다. 

니악 뽀안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우기 때 물이 찰랑찰랑할 정도로 물이 많지만 건기 때는 바닥이 드러날 만큼 물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데크로 만든 다리를 지나야만 절로 들어갈 수 있어요. 나오는 길도 이곳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프레아 칸'입니다. 

자야바르만7세는 원래 왕의 후계자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부모에 대한 효심은 참 지극했는지 왕이 되자마자 어머니를 위해 불교 사원을 짓고 '타 프롬'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 다음에 바로 아버지를 위해 불교사원을 지었는데 바로 '프레아 칸'입니다.

그 규모가 앙크르와트보다 더 커서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만약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면 정말 대단했을 것 같아요

불심이 남달랐던 자야바르만 7세가 죽고, 자야바르만 8세가 왕이 되자 불교 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힌두교가 다시 번성기를 맞은 것이죠. 

앙코르 유적지의 불상 머리가 없는 이유가 많은 전쟁을 통해서 파손된 이유도 있지만, 

자야바르만 8세의 명에 의해 불상의 머리가 잘리고, 또 벽에 조각해 놓은 불상의 머리 부분만 파내기도 했습니다.

정말 미친 놈입니다 

그냥 놔뒀으면 나중에 후세라도 좀 잘 써먹었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이때부터 크메르 제국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서 결국 1431년 아유타야에 의해 정복 당하면서 완전히 멸망합니다.

유적지들을 돌아 다니다 보면 가이드 없이 다니는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슬며시 설명을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살짝 들어보면 제법 설명도 잘 해주고, 사진 찍을만한 스팟도 알려주기 때문에 그리 나쁘진 않은데,

결국 돈을 요구하니까 잘 판단해서 거절하던지, 아니면 제의를 받아들이던지 해야 합니다. 

프레아 칸 안에서는 경비복을 입은 분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히든 스팟들을 알려주며 접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의 사진 스킬이 장난이 아닙니다. 파노라마 샷으로 겹쳐서 찍기도 하고, 요구하는 포즈들도 자연스럽고 제법 프로페셔널 합니다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거죠. 나중에 2달러를 건네 주니 조금 더 달라고 합니다. 

한국 돈 천원 짜리 두 장이 있어 그거 더 줬네요. 

프레아 칸 투어를 마지막으로 앙코르 유적지 구경은 모두 마쳤습니다.

이틀간 툭툭이를 운전하며 우리를 안내해준 친구 '짜티' (카톡 아이디 : chanthy) 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헤어졌어요

아침은 호텔에서 만들어준 피크닉박스와 커피로 해결하고, 점심은 호텔 근처의 '정글 버거'로 갔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도 못했네요.

가격은 한 개에 7-8 달러 사이 입니다.

점심 먹고 한 숨 자고 났더니 해가 지고 있네요.

다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PassApp을 통해 툭툭이를 부르고, 근처의 한국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외국 나와서 한국식당이라니.. ㅋㅋ 

그정도로 캄보디아엔 특별한 먹거리가 없어서 아쉬웠네요

찾아간 곳은 '대박식당' 이라는 곳입니다.

삼겹살 정식에 삼겹살이 무제한이라니.. 

아마도 패키지 여행자들 단체 식당이 아닐까 생각하며 들어갔습니다.

돌솥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식당에는 거의 모두가 캄보디아 현지인들이었어요. 대부분 가격들은 5-10달러 사이였는데,

삼겹살 정식은 7.7달러, 물냉면 7.7달러, 생선구이 8.8달러, LA 갈비세트 15.4달러, 뼈해장국 8.8 달러 등 다양한 메뉴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빗나간 대박 맛집이었네요. ㅋ

걸어오면서 보니까 한국 식당들이 몇 군데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박식당만 사람이 북적거렸어요. 

나이트마켓에서 소품 몇 가지와 가죽 공예품을 샀습니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많이 깎아 주는 것 같았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시원한 아이스 카푸치노를 시키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혼자 풍덩풍덩 수영을 했습니다.

열심히 하라고 폭포도 틀어줬어요. ㅋ

제가 묵은 3박4일 동안 이 풀장에서 수영한 사람은 저 한 명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