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계획해 온 제주여행. 정확히 말하면 '제주 사진여행'입니다. 사진만 찍기위해 떠나는 여행이니 말입니다.
사실 참 부끄러운 이야기 입니다만, 사진을 그렇게 찍으러 다니면서도 제주도를 제대로 둘러보고 사진을 찍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의견이 맞는 몇몇 분들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제주를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엔 스쿠터를 빌려서 제주를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워낙에 많은 곳을 둘러보려고 계획표를 짰더니 차량을 빌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뭏든 결국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한 가운데에 청주 공항을 통해 제주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이 꼬이네요. 요즘 심한 일교차로 안개가 많았었는데, 유독 오늘 아침은 안개가 심하다 싶었지요.
공항에 도착해보니 비행기가 뜨질 않습니다. 제주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여기 청주에 도착해야만 그 비행기로 다시 제주를 갈 수 있는데,
11:20분 출발 비행기는 12:40분으로 연기된 것입니다. 그저 할 일없이 공항에서 빈둥거리며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합니다.
결국 1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한 제주공항에서 먼저 도착한 멤버들과 만난 후, 서둘러 예약해 둔 12인승 스타렉스 차량을 인계받아 제주시를 벗어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간단하게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고 이호 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봅니다.
역시 빛이 가장 좋지않은 시간대라서 그런지 뭘 찍어도 폼이 나질 않습니다. 제 사진 실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지해수욕장으로 향하던 해안도로변 주변은 참으로 특이하다 싶을 정도의 바위들로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어 당깁니다.
검디 검은 현무암과 마치 끓다 만 팥죽처럼 생긴 바위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30만년 전, 바다 속에 있던 지금의 제주도가 화산 활동을 시작하며 한라산이 생겨나고
10만년 전까지 계속되는 화산활동은 주변에 해안가를 만들어 냈으며,
2만 5천년 전까지 한라산 주변에서 분출되던 기생화산으로 수많은 오름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는 용암 분출로 만들어진 마그마 섬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듯 합니다.
2007년에는 드디어 유네스코지정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가 된 자랑스런 우리땅입니다.
제주는 그 면적이 서울의 약 세배 정도 되는 크기지만,
한라산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뺀다면 실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큰 정도가 될까요?
오늘 오후는 제주의 서쪽 해안을 돌면서 제주에서 맞는 첫 날의 노을을 아름답게 담아볼 생각입니다.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자꾸 생각나서 말이죠.
수많은 풍력발전기가 검은 현무암 해안가를 하얗게 수놓고 있던 아름다운 풍경 말입니다.
하지만, 제주에 계신 분들도 그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해안가를 따라 차를 몰아보니 바로 한경면 신창리에 있는 풍력발전단지였습니다.
주변 풍광이 정말로 아름답더군요.
좀 더 멋진 곳이 있는지 차를 몰아 절부암을 지나 차귀도 해변까지 갔습니다.
서서히 붉은 빛을 내뿜는 서쪽 하늘과 차귀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빨간 등대 너머로 아까 지났던 풍력발전기들이 해안가에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몰의 풍경은 차귀도보다 신창리 쪽이 더 낫겠군요.
이름모를 잡초들이 바닷 바람을 타고 곱게 빗겨진 머릿결마냥 한쪽으로 스러지는 풍경은
오렌지 빛 서쪽하늘 정열의 바닷바람을 타고 웅웅거리며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의 날개 소리와 함께 제주를 찾은 우리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붉게 한껏 열기를 내뿜던 태양은 어느샌가 저 멀리 바닷속으로 숨어 버리고, 하늘은 아까보다 더 강한 오렌지 빛을 만들어 냅니다.
이제 곧 어둠이 찾아 오려나 봅니다. 제주의 첫날은 이렇게 황홀하게 우리를 반겨줍니다.
해가 지고나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숙소가 제주의 북서쪽 김녕해수욕장 부근이기 때문입니다.
가는 길에 제주시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제주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잠수함 횟집'이 바로 그곳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회와 먹거리들로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거하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가볍게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틑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옆 방에서 주무시던 형님 두 분은 새벽 3시부터 깨셔서 떠드시더니
급기야는 5시10분 부터 방문을 두드리면서 깨웁니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봅니다.
그렇게 등 떠밀려 옷을 갈아입고, 이슬이 흠뻑 내린 차의 앞유리를 와이퍼로 밀어내며 다시 바닷가를 달립니다.
10월 중순의 해뜨는 시각은 아침 6시 30분 정도. 해가 뜨려면 한시간도 더 남았습니다.
일단 행원리 풍력발전단지로 갑니다. 어제의 멋진 풍경을 생각하며 차를 몰았지만,
해안가에서 떨어진 곳에 지어진 바람개비, 그리고 주변에 수많은 전깃줄들로 머리 속에 그려놓았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첫날의 아름다운 일출을 이렇게 망치긴 싫어 성산 일출봉 쪽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성산항을 조금 못 미쳐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정상으로 이어진 등산로의 가로등과 발그레한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진듯한 모습.
구절초를 닮은듯, 쑥부쟁이를 닮은듯한 보랏빛의 난쟁이 꽃들과 구름 사이를 비집고 얼굴 내미는
햇님은 성산일출봉과 함께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저는 오메가라고 불리는 그런 일출 장면은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착한 일을 많이 못했나봐요. ㅎㅎㅎ)
그렇다고 그 장면을 동경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구름이 조금 있는 풍경이 더 마음에 와 닿는듯 합니다.
자식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요?
제주는 그만큼 말들의 고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나 말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기도 합니다.
뭍에서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요? 여기 제주에서나 실컷 봐야겠습니다.
비록 쨍하고 강렬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제주의 바다를 뚫고 튀어오른 태양은 뭍에서 보던 그것과는 사뭇 달라보였습니다
검디 검은 현무암의 제주 바닷가와 어우러져서일까요? 더 크고, 더 빨가면서 더 진득하고 더 동그란 그런 태양입니다.
보통 해가 뜨고난 직후의 사광은 질감을 나타내기 좋기도 하지만, 붉은 기운의 색온도 때문에 그 느낌은 아주 포근하면서 감미롭습니다.
빛이 좋을 때 성산일출봉 쪽으로 더 올라보기로 했습니다. 강아지풀이 햇살을 받아 성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마을 귀퉁이로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샛길이 있네요.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인듯 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정문에서도 입장료를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샛길로 들어가려니 기분이 좀 거시기 합니다.
탐라국이라고 불리던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불리던 이름이지요. 그 바람이 만들어 내는 그림들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푸른 초목으로 우거졌을 여름을 지나 이젠 풀들도 겨울 준비를 해가나 봅니다. 누런 기운들이 곳곳에서 느껴지니까요.
멀리 성산시내의 모습과 바닷가의 풍경이 보입니다.
어안으로 성산일출봉과 그 주변을 담아보았습니다. 반역광이라 그런지 하늘이 이쁘게 담기질 않습니다. ^^;
정상까지 오르기엔 제주에서의 일정이 너무나 빠듯합니다. 그래서 이정도에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근처에서 오분작뚝배기로 아침을 먹었는데요, 원래 이름은 '오분자기'입니다. 크기가 작은 전복의 사촌 쯤 된다고 할까요?
이걸 다른 해산물과 함께 넣어 끓인 찌개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13,000원이네요. @@ 하지만 그 국물맛은 참 일품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성산항에서 출발하는 우도행 페리에 차를 싣고 가기로 합니다.
거의 한시간에 한 번 꼴로 우도와 성산항을 오가는 배는 우도의 입장료를 포함하여 한 사람이 왕복 7,500원입니다.
소가 드러누운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우도는 작은 성산이라고 느껴질만큼 아름답습니다.
우도항에 도착하면 5천원에 자전거, 2만원에 스쿠터 등을 빌려 섬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우도는 큰 섬이더군요. 자전거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느긋하게 시간을 잡으셔야만 합니다.
또 우도봉 근처는 오르막이라 자전거로 오를때는 힘을 좀 쓰셔야 합니다
우도봉 근처에선 이렇게 말을 타고서 한바퀴 둘러볼 수도 있는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말등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풍경은 감동이겠지요?
멀리 우도봉이 보입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풍광은 우도 8경 중, 제 4경 지두청사라고도 하는데, 시리도록 푸른 바다빛깔과 해안이 아름답지요.
카메라를 든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한참이나 딴 짓을 하던 딸아이가 한 달음에 그 뒤를 쫒습니다.
아이들에게 이국적인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제주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겁니다.
말의 고장답게 우도에서도 쉽게 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쉬는 말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도 여유롭습니다
소의 섬이니 소들의 모습도 빼 놓을 수 없지요? 어미의 뒤를 따르는 송아지 두 마리의 모습은 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합니다.
해안가에 있는 절벽의 모양이 줄무늬 바위로 형성되어있는 이 곳은 제 6경, 후해석벽입니다.
그리고 안쪽으로는 현무암 가루로 이뤄진 검멀래 해안이 있고, 또 콧구멍이라 불리는 우도 7경, 동안경굴이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난 도로의 갓쪽으로는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습니다. 파란 선의 오른쪽이 자전거도로, 조금 넓은 왼쪽이 자동차 도로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해안 하이킹은 푸른 하늘과 더불어 동화속의 풍경처럼 마음에 다가옵니다.
제주 여행을 오기 전에 구입했던 ND400 필터를 끼워 봤습니다.
무려 8스톱 반이나 셔터 스피드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한낮이지만 8초의 셔터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부서지는 파도와 해안가 바위들의 모습이 부드럽게 보이네요.
우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오봉리 해안가를 지나다 스치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세웠습니다
다시 ND400 필터를 끼우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담아 봅니다.
사실 주변에 쓰레기도 좀 떠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멋진 풍경이라 위안을 해 봅니다.
산호가 부서져 모래밭을 이루었다고하는 서빈백사입니다.
해안의 폭이 넓지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아름다운 바다 빛깔과 어루러지는 하얀 모래밭은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서빈백사 바로 앞에 아담한 펜션이 자리잡고 있는데, 저녁이 되면 그 분위기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하늘 색도 참 좋네요. 파란 하늘, 옥색 바다와 빨간 옷이 잘 어울립니다.
우도항으로 가는 길, 바위 위에 가마우지 떼가 앉아서 쉬고 있습니다. 얼른 망원렌즈를 끼우고 한가로운 모습을 찍어 봅니다.
중국 구일린(계림)에서는 이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기도 했다고 하는데, 물고기를 잡으면 새끼들에게 주기위해 입 속에
넣어 두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관광상품으로만 볼 수 있지요.
이제 12시 배로 우도를 나가서 섭지코지로 가야겠습니다.
성산일출봉과 마주보고 있는 섭지코지는 드라마 출연장소로 유명합니다.
드라마 세트장을 둘러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만 합니다만, 우리는 그냥 주변만 구경하기로 합니다.
구름이 점점 많아지는 하늘이지만, 말과 함께 펼쳐지는 풍광은 시원스럽기만 합니다.
바로 그 드라마 세트장의 풍경입니다. 그 드라마 이름이 '올인'이었던가요?
멀리 섭지코지의 등대가 보이네요. 바닷가 절벽과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제주의 바닷가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림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섭지코지 입구의 신양해수욕장이나, 주변의 해안에서 바라본 성산의 일출 장면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를 전후해서 찍으면 참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섭지코지를 나와 제주의 남쪽 해안으로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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