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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을 대표하는 지방 중에 하나인 태안반도. 안면도를 품고 있는 태안군, 왜목마을이 유명한 당진군, 그리고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천수만을 끼고 있는 서산군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반도를 형성하고 있다. 안면도의 유명세에 밀려 조금은 덜 알려진 서산은 남북으로 기다란 형상으로 놓여있는데, 그 위아래 끄트머리는 모두 바다에 접하고 있고, 나머지는 내륙에 포함되어있다. 북쪽의 끝자 락에 놓인 대산으로부터, 남쪽의 광활한 천수만까지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서산을 둘러보자


 


한참을 달리던 서해안 고속도로는 서해대교를 만나면서 시원스런 바다의 모습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길이가 무려 7km에 이르는 서해대교의 중간에 놓인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충청남도지방으로 접어든다. 송악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끼고 달리다보면 석문산업단지 일대의 만(灣)을 가로막는 석문 방조제가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서해안의 해안가를 다니다보면 이처럼 길고 짧은 방조제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해안선의 형태가 복잡하고 간척사업이 수월한 지형인 셈이다. 땅 한 뼘이 아쉬운 나라 인지라 바다를 메워 땅으로 탈바꿈 시키고 싶은 심정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 3대 갯벌 중에 하나를 가지고 있어 세계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의 허파라고 불리는 그 서해안의 갯벌을 파묻어가며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서해의 매력은 숨은그림찾기처럼 곳곳에 묻어 있는데, 석문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새해 해맞이 장소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왜목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서해안을 다니다보면 왜목뿐만이 아니더라도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들은 여러 곳이 있다. 다만, 교통이 얼마만큼 불편한가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내 히터를 틀어 차 안을 덥혀서 그런지 조금은 탁해진 공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창문을 조금 내리자, 눈을 통해 전해지는 진득한 갯벌의 느낌과 비릿한 바다 향기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당진에서 서산 땅으로 들어서기 전 장고항 부근에 다다르니 동쪽의 수평선 근처가 수줍은 새색시 뺨처럼 불그레하게 달아오른다. 손이 시릴 만큼 차가운 바닷바람이지만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잠깐 동안은 등줄기에 땀이 날 지경이다. 장고항과 왜목을 지나면서 다시 이어지는 대호방조제의 오른쪽은 높은 방파제 때문에 바다를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쭉쭉 뻗은 편도 1차선 도로의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기도 힘든 노릇이니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이 대호방조제는 당진군과 서산군을 갈라놓는 곳이기도 한데, 내륙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대호지의 가장자리로 갈대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꿱꿱거리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오리 떼의 모습에 잠시 감성에 젖어보기도 한다. 대호방조제를 지나 삼길포항을 만나면서 서산 땅은 시작 된다. 여름처럼 북적임이 없어 오히려 썰렁한 기분까지 느껴지는 포구지만, 겨울은 겨울 나름대로 운치 있는 곳이 바로 바다다.


 


동해바다는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느껴지는 반면 서해바다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아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온 어린아이마냥 이 것저것 신기하고 탐스럽기만 하다. 국토의 좌우를 갈라놓은 짝수번호 국도를 벗어나 이제부턴 국토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홀수번호 국도를 이용할 차례다. 송악에서 대산까지 이어지던 38번 국도에서 29번 국도로 갈아타야하는 것


 


대산읍 4거리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웅도리, 오지리 방면의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한적하기만 한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힐끗 힐끗 골 사이로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곧이어 나타나는 ‘웅도초등학교’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을 하면 본격적으로 웅도 가는 길이다. 차선 도 없는 좁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좁은 콘크리트 도로가 바닷물을 뚫고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웅도는 하루 두 번만 육지로부터의 출입이 허락되는 곳이다. 그 모양이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라 웅도라 불린다고 하는데, 그보다 소달구지를 끌고 바다로 일을 나가는 장관이 펼쳐지면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낙지며 조개를 잔뜩 캐내어 일일이 바구니에 담고 뭍으로 끌어내는 것이 몹시 힘들었던 주민들은, 웅도의 개펄이 다른 곳과 달리 지반이 딱딱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를 이용해 보기로 했던 것. 결국 온 마을 사람들이 소달구지를 이용해서 몇 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해산물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그 장관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웅도를 찾으려면 물때를 꼭 확인해야만 낭패를 보지 않는다. 썰물 때만 허락되는 바닷길은 밀물이 되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조개잡이도 물이 빠져야만 나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개펄의 질척함은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며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듯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주인은 어디로 갔는지 멀리 개펄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혼자 서있는 소와 달구지의 모습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웅도의 모습을 대변 하는 듯하다. 도시에서의 소음과 매연은 싹 잊어버리고 그냥 지금 이대로의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어진다.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개벌위의 소달구지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셔터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온다. 지금도 그다지 심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한여름 웅도는 바다체험마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근래에 들어 웅도 안에는 현대식의 깔끔하고 잘 지어진 펜션들이 몇 군데 보이지만, 겨울의 이곳은 단지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섬, 그 차체다.


 


대산읍에서 웅도 가는 길을 지나쳐 계속 들어가면 벌말이다. 벌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바닷가 쪽으로 보이는 대산 오지제염전은 한 겨울이라


초라하고 썰렁하게만 느껴지지만, 6월부터 10월까지 소금을 만들어내는 시기가 되면, 활기차고 사람 사는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곳이다. 특히 해질 무렵 소금을 쓸어 담는 모습은 밀레의 만종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염전을 지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낮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벌말포구에 닿는다. 주먹만 한 돌들과 거친 모래들로 가득한 물 빠진 해안가엔 작은 고깃배들이 굵은 동아줄에 의지한 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서산 읍내를 지나 29번 도로를 따라 갈산리 교차로에 닿은 후 시원스런 왕복 4차선 도로의 40번 국도를 이용하면 천수만을 거쳐 안면도까지 들어갈 수 있다. 3km 가 넘는 A 방조제를 지나면 왼쪽 멀리 간월도가 보인다. 원래 간월도는 천수만의 작은 섬이었으나 간척공사로 수면이 낮아져 만조 때가 아니면 늘상 뭍에 나붙은 섬 아닌 섬이 되어버렸다. 섬에는 간월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는데 섬이 워낙 작아 암자만으로도 섬이 꽉 찬다.


 


서해로 뭉툭 솟아나온 태안반도의 밑자락으로 기다란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천수만의 바닷물은 다른 곳과 달리 파도가 거의 없다. 덕분에 수많은 물고기와 조개류, 새우가 가득하니 물 반, 고기 반이다. 천수만의 A, B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새조개 서식에 좋은 환경이 구성되어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새조개가 많이 잡혀 매년 축제를 열 정도니,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나보다. 또,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 중에 하나이기도한 천수만은 세계적 희귀 조류인 가창오리가 오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 숫자가 전 세계의 90% 인 30여 만 마리나 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 매년 10월, 이곳으로 몰려드는 철새들은 대부분 시베리아 등지의 추운 지방에서 찾아오는데, 무려 5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않고 날아와 겨울을 나고 다시 3월이 되면 시베리아 근처로 올라가게 된다. 천수만에 조성된 드넓은 간척지에서 경작되는 벼들은 추수를 마치고도 떨어진 낙곡들이 수 만섬에 이른다고 하니, 겨울을 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 아니겠는가?


 


한꺼번에 수 만 마리가 아우성을 치며 서쪽 붉은 하늘을 가득 메우는 가창오리 군무의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한국의 몽셀미셀로 불리는 간월도의 아련한 일몰은 겨울 천수만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겨울이 더 아름다운 곳, 서산에서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웅도 가는 길>


* 자가용


서해안 고속도로진입 → 송악IC → 38번 도로(13km) → 석문 방조제 → 장고항(5km) →왜목마을 → 38번 국도 → 도비도→ →화곡 교차로→29번 도로(7km) → 대산읍 사거리 우회전(3km) ‘웅도초등학교’ 푯말을 따라 진입하면 웅도.


* 버스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서산까지 이동, 서산에서 웅도, 벌말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됨. 웅도까지 소요시간은 1: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