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남해 바다 가운데 붉은 동백의 섬이 나를 유혹한다.

반질거리는 윤기를 머금은 풍성한 초록의 잎사귀 사이로 붉은 동백이 탐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지심도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싱그러움 가득한 봄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진정한 힐링의 섬이다.
여인의 붉은 입술처럼 바라볼수록 빠져드는 그 아름다움이 나를 부르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지난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을 것이란 예보와는 달리 매섭던 추위는 한두 번 생색내기에 그쳤고

눈보다 비가 더 많이 왔던 기억만 남았다.

해가 짧아 야외활동이 줄어드니 햇볕을 쬐는 시간도 당연히 줄게 되어 겨울은 계절적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신나게 봄맞이를 다녀오자. 주변에는 온통 칙칙하고 어두운 색이 가득하지만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동백이 온 섬을 가득 메운 지심도를 한바퀴 걷고 난다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훨훨 봄 하늘을 날게 될 것이다.

지심도행 유람선은 거제시 장승포동 주민센터 옆에 위치한 지심도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하루 다섯 번 왕복을 하지만 동백꽃 절정기인 3월과 4월의 주말엔 30분마다 쉴 틈 없이 배들이 오간다.

뱃길은 고작 15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배 멀미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늘에서 보면 마음 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수목이 우거져 섬 전체가 숲이나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수령이 500년 이상 되는 동백나무가 70%나 된다고 하니 동백섬이라 부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지심도선착장 한쪽 어귀에는 커다란 채반 같은 그물을 대나무 장대에 매달아 물에 넣었다가 건져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반대’라 불리는 재래식 낚시방법이다.

홍합 부스러기 등을 밑밥으로 담고 잠시 고기가 모여들면 걷어 올리는 것으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그 모습이 재미있다.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따라 오르면 매점을 겸한 민박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와서일까? 섬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곱게 정리된 마당의 의자와 테이블 옆으로 떨어진 동백꽃들이 하트모양을 이루고 가지런히 모여 있다.

어떤 예쁜 손이 이렇게 하나하나 곱게도 동백을 모아 놓았을까?

조용한 섬마을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 같이 맑은 지저귐이 들린다. 동박새의 울음소리다.

동백꽃의 달콤한 꿀을 먹는 녀석들 덕분에 벌도 나비도 없는 한 겨울의 동백꽃이 수분을 할 수 있으니

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으로 시작하는 김소월님의 진달래꽃 한 구절이 생각난다.

섬의 곳곳에 후둑후둑 떨어진 동백꽃을 보고 있으니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라는 대목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모가지가 통째로 똑 떨어져버린 꽃들의 처연함을 무심히 밟고 지날 수 있는 용기는 도무지 생겨나지 않는다.

행여나 애꿎은 내 발걸음에 곱디고운 동백꽃 붉은 이파리가 뭉개질까봐 발걸음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그러니 더 느긋한 걸음으로 중간 중간 쉬어가도 좋다.

지금은 아무도 다니는 사람이 없어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을 지나면 활주로가 있다.

고작 헬리콥터나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터지만 이 섬에서 이보다 더 넓은 곳은 없으니 광활함 마저 느껴진다.

해안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크게 심호흡 한번 하면 봄 햇살 아래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가슴 속 깊이 밀려온다.

활주로를 지나 시작되는 500여 미터의 동백터널은 지심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한 여름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한 동백나무가 넝쿨처럼 이어져 터널을 만드는데

그 사이로 파고든 햇살에 동백꽃이 붉은 빛을 뿌려주는 꽃길은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백은 꽃이 송이채로 떨어져 절개의 상징이라고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닥에 떨어진 꽃송이조차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겸손한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허세를 부리지 않는 동백꽃은 천천히 오래 볼수록 아름다운 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심도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역사의 한 조각들이 있는데,

바로 일본 강점기의 흔적들이다.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이 해안 방어를 위해

섬 곳곳에 포진지와 탄약고 등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아프고 수치스런 역사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섬의 일주코스가 끝날 때쯤, 이렇게 작은 섬에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 파라솔들이 마당에 질서정연하게 깔린 야외 카페인데 섬의 명물인 노란코끼리 카페다.

예전 일본군 소장의 사택이었던 것을 리모델링하였는데 단정하고 퓨전적인 느낌의 이곳에서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여유를 부려보자.

푸른 남해 바다 너머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거제도를 바라보며 봄기운을 한껏 담아가자.

- 대전-통영 고속도로 - 신거제대교- 장승포동 주민센터(지심도 여객터미널)

- 거제 고현버스터미널 - 11번 시내버스 - 장승포수협 하차 - 지심도 여객터미널

* 지심도행 여객선 타는 법

지심도 여객터미널은 장승포 여객터미널과 따로 있으니 주의할 것. (http://jisimdoticket.com)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평일은 08:30분부터 16:30분까지 하루 5회, 주말과 공휴일에는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배가 오간다. 요금은 왕복 12,000원

거제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geoje.go.kr

장승포항 지심도 여객터미널 (경남 거제시 장승포로2길 34) 055-681-6007

지심도 홈페이지 http://jisimdoro.com

싱싱게장 : 게장정식 055-681-5513

함흥냉면 : 냉면 055-681-2226

항만식당 : 해물뚝배기 055-682-4369

막썰이 횟집 : 055-681-2151

지심도 동박새민박 : 010-20532906

지심도 황토민박 : 010-4722-0323

오션베스트호텔 : 055-681-9700

웰컴 모텔 : 055-681-8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