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끼다

아침 안개가 잔잔하게 깔린 늪은 신비롭다. 아침 이슬을 맞은 수풀을 헤치고 늪 언저리로 들어서면 긴 대나무 장대로 배를 밀어 늪으로 나아가는 어부를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습지인 우포의 이른 아침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속살을 제대로 느끼려면 자박자박 걸어야만 한다. 산새들과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우포늪 생명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의 한 가운데에 빠져있는 우리를 보게 된다.

1971년 '람사르 협약'에서 우포늪은 국제적으로 보호를 해야만 하는 곳으로 지정되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하거나 독특하고 희귀한 유형의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보호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엔 우포를 비롯하여 대암산용늪, 신안장도, 순천만, 물영아리, 두웅, 무제치늪, 무안갯벌, 강화도 매화마름 군락지,
오대산국립공원 습지, 제주도 물장오리습지, 고창부안갯벌과 신안증도갯벌이 지정되어있다. 우포늪은 무려 1억 4천만 년 전,
한반도의 땅덩어리가 막 그 모습을 갖추려고 할 때 생겨났으니 그 가치는 말하지 않아도 가늠할 수 있다.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만도 무려 1500 여종이나 되는 이곳을 우리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부른다.
크기만도 무려 여의도의 세배나 되는데,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의 네 곳 중 가장 큰 우포가 이들을 대표한다.

아주 옛날에는 소를 닮았다고 소벌, 나무가 무성했다고 나무벌, 모래가 많았다고 모래벌이라는 친근한 한글 이름도 있었다.
일년 12달, 하루 24시간 변화무쌍한 우포는 천의 얼굴을 가진 곳이라도 할 정도로 그 모습이 다양하다.
우포를 찾는다면 아침잠을 설쳐가며 부지런을 떨어보자.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둠을 넘어 새벽이 다가오면 하얀 물안개를 피우며 우포는 그 속살을 내비치는데,
물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고 우포늪의 상징인 장대거룻배가 잔잔한 물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을 온전히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가 최근에 완성되면서
우포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다.

둘레길이 생기기 이전엔 남쪽 주차장 주변 의 우포늪 생태관을 둘러보거나 혹은 북쪽의 장재마을과 소목마을의
일부만을 둘러볼 수밖에 없어 우포의 진짜 가치를 느끼기 어려웠다.
우포늪 생명길은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만들어졌고, 우포에 서식하는 동식물들 역시도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8.4km의 긴 코스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힘든 구간이 없어 걷는 내내 편안하게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의 시작은 대형주차장이 잘 구비된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입구로 들어서면 주변에 마구 자란 듯 우거진 나무들이 탐방로 주변으로 자라있는데
이윽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 습지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느껴보던 호수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하늘 위로 쭉쭉 뻗어 올라 파르르 잎사귀를 흔들어대는 미루나무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드는 곳.
자전거를 탄 연인들이 그 옆을 스쳐 지날 때면 그 누구라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이곳은 CF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목포쪽으로 길을 잡고 가다보면 물속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태고의 모습처럼 데칼코마니를 그리며 신비롭게 서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우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늪 건너 소목마을은 물론이고 대대제방에서부터 목포제방에
이르기까지의 모습들이 산수화처럼 흩뿌려진다.
길은 쪽지벌을 지나 목포제방에 이른다. 네 개의 늪 중 가장 작다고 해서 쪽지벌이라 부르는데,
한 여름이면 보라색의 가시연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난다.
왕버드나무가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목포를 거치면서 우포의 북쪽으로 넘어가면 우포자연학습원에 닿는다.
소목마을엔 거룻배가 여러 척 모여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 우포에서 제일 큰 제방인 대대제방을 거쳐 다시 미루나무가 아름다운 우포늪 생태관 입구로 돌아오는 데는
모두 4시간이 걸린다.
가는 곳마다 특별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곳,
걸음이 느려질수록 더욱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우포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카메라까지 하나 쯤 어깨에 둘러멘다면 여행은 더 재밌어질 것이다.

우포민박(어죽, 우렁 된장찌개) 055-532-9052
우포랑따오기랑(논고동국) 055-532-4968
시래기밥상(시래기밥상) 055-536-4555
도리원(장아찌밥상) 055-521-6116

우포민박 055-532-9052
로얄관광호텔 055-536-7300
남양온천 055-536-6227
그랜드장 055- 533-2720

1일차 : 자전거 타기 : 우포늪 생태관 - 제1 전망대 - 따오기 복원센터 - 쪽지벌 - 제 1 전망대 - 대대제방 - 우포늪 생태관

2일차 : 우포늪 생명길 걷기 : 초곡리 - 왕버들 군락 - 푸른우포 사람들 - 소목마을 - 숲 탐방로 3길 - 제 2 전망대 - 소목마을 - 주매리 나루터 - 주매제방

팁

1. 우포늪 생태관 주변은 길이 넓어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돌아보기에 적합하다.

2. 우포의 북쪽인 주매마을과 소목마을은 우포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걷기 여행에 적합하다.

3. 우포 생명 길을 걷는 동안 매점이 없으므로 간식과 물은 직접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