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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평소 한가한 시간이 나면 의정부 제2청사 옆에 있는 <의정부 과학 정보도서관>에 가서
한나절 아니면 하루종일 책을 보는 재미가 정말 좋습니다.  전공서적을 비롯하여 역사. 음악, 철학 , 종교, 여행, 최근에는 사진까지
아쉬움없이 볼수 있는 공간이라 요즘도 자주 이용합니다.

오늘도 마눌님과 함께 시내 나갔다가 시간이좀 나길래 양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의정부 도서관에 들렸습니다.
저는 무슨 공식행사장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두대의 카메라중 한대를 그날의 상황에 맞게 렌즈를 끼워 자동차에 싣습니다.
의정부 도서관 뒷산이 산책하기 좋아서 도서관에 들기전 사진을 몇장찍고 카메라를 그대로 멘체 도서관에 들렸었지요.
서너시간 책을 보다가 마눌님이 집에 가자 기에 보던 책을 서가에 도로 꽂아두고는 아무 일없다는 듯이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와서 지하 주자장에서 차를 세우고 늘 하던대로 트렁크를 열어 카메라 가방을 챙기려고 보니 카메라가 없지 않습니까.
다시 뒷문을 열고 뒷좌석에 두었나 하는 그순간 앗차! 의정부도서관 의자에 카메라를 그냥두고 온것이 생각이 덜컥 났습니다.

" 오두막에 24-70을 물렸으니 비싼 카메라 날아갔구나"  순간 머리가 휭~ 했습니다.  부리나케 차를 몰아서 30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 
의정부 도서관에 마당에 도착했습니다. " 과연 카메라가 그 자리에 있을까?" 아닐것 같았습니다 .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드나더는 도서관인데 그것도 지정좌석이 아닌 한편에 놓아둔 긴쇼파 위인데 ...보는 사람이나 들고가는 사람이
임자인것처럼 아무런 표시도 명찰도 없는 카메라 백인데.....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라 2층 내가 앉았던 좌석을 쳐다보는 순간!!!

좌석옆으로 빨간 캐논벨트가 보이지 않습니까 !!! 내 걸음이 얼마나 빨랐던지 내가 카메라는 잡는 순간 책을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이더군요.
마눌님에게 전화하면서 카메라가 그대로 있다고 했더니 마누라 왈 " 마누라보다 귀히 여기는 카메라 인데 누가 들고 가겠어요? 도서관이니까 그냥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어요"하더군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 이제는 아무데나 카메라 들고 다니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건망증으로 무엇을 할수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카메라는 도로 찾았지만  이 사건으로 이제는 다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라는 건지 도무지 알수 없는 신탁같은 요청을 되색이면서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사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이런글을 읽었기 때문에 내 카메라에 신이 주문을 건 것일까요?

" 셔터속도, 조리개값, 초점거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술자가 되라. 숙련공인데 통찰력이 없거나, 통찰력은 있지만 숙련공이 아니라면 모두 실패한거나 다름없다. 감성을 강렬하게 자극하지만 기술적인 면이 부족한 사진이 있다.이런 경우 우리는 사진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사진가가 장비를 잘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또한 기교는 매우 뛰어나지만 영혼이 담기지 않는 사진들도 보았을 것이다. 이런사진들은 심미적인 면에서 무미건조하며 전혀 영감을 주지 못한다. 최상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사진의 기술적 특성과 심미적 특성 모두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 뜨내기 사진가"로 남게 된다."

좋은 사진을 만들겠다는 욕심과 그렇지 못한 내역량에 때마다 실망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주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카메라는 돼 찾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위해서는 또 무엇을 다시 해야하는지 "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진 찍으라고 처리님과 풍차님이 조언하셨지만 참 잘 안되네요. 내공이 절대로 그냥 쌓이지 않는다는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사건보다 해석이 너무 심각한가요? 이것도 나이 탓인가요? 암튼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오늘 4,500,000원 벌었습니다. 한잔 해야겠지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