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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새벽 4시에 일아너 인천공항행 첫 버스를 탄다.
커다란 55리터 배낭은 등에 매고, 카메라 배낭은 앞쪽으로 둘러 맸다. 
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보통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인천에 다다르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비행기는 이상없이 구름을 뚫고 날아올라 6시간 30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네팔에 거의 다 왔을 때 쯤, 뭉게구름이 발 아래에 깔린다.
그 구름들을 뚫고 섬처럼 튀어오른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산꼭대기에 하얗게 두른 순백의 만년설이 신들의 영역임을 말하는 듯하다.
NEPAL - Never Ending Peace And Love 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런 곳일까? 한 번 가면 또 가고싶어 생각 난다는 곳이 그곳일까?
비행기는 잠시 기체를 흔들어 대더니 구름 속을 지나 카투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12시 20분에 내려앉았다.
비행기에 계단이 설치되고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느껴진다.

늘 그렇지만 직장인들에게 있어 휴가기간이라는 건 빠듯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유롭게 여행을 즐긴다는 건 사치스런 일이다.

네팔 여행을 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네팔 비자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트리뷰반 국제공항 입국심사와 함께 25달러를 내면 그자리에서 비자를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400명이 비행기에서 내려서 8개 줄로 입국심사를 한다해도 한 줄에 50명, 1인당 3분만 잡아도 150분...
보통 2-3시간이 걸린다는 건 허풍이 아니다.
나는 포카라행 비행기를 3시 20분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라서 대기시간이 길어질 경우 허탕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에서 미리 네팔 비자를 받아왔다. 물론 대행 수수료가 붙어서 6만원이나 줬다.

국제선 청사와 국내선 청사는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택시 호객꾼들을 뿌리치며 국내선 청사에 도착하니 제법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시골의 시외버스 터미널같은 분위기다.
어슬렁 거리며 할 일 없이 공항을 배회하다가 정시에 출발하는 Buddha 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50-60명 쯤 탈 수 있는 터보프롭 엔진의 비행기로, 작은 기체 때문에 몹시 흔들거리며 고도를 올리더니 구름 위로 올라 앉았다.
비행기의 오른쪽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탄 비행기는 좌석이 지정되어있어서 왼쪽에 앉게 되었다.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다. 대기는 뿌옇고 구름 아래로는 비가 쏟아지는듯했기 때분이다.
25분의 짧은 비행 끝에 포카라 공항에 내려 앉기 위해 비행기는 고도를 내렸지만
활주로를 지나치고 다시 고도를 상승시킨다.
크게 장주를 그리고 다시 쏟아지는 비를 뚫고 착륙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는지
결국 기수를 돌려 카투로의 회항을 결정한다.
고산지역의 날씨는 장담할수 없다더니 특히나 우기가 시작되기 시작하는 지금은 더욱 그런가보다
트리뷰반에 착륙한 비행기는 시동을 끄고 버스로 승객들을 대합실 근처까지 인도하고 버스에서 대기하란다.
30분 쯤 지나자 관계자가 한 명 오더니, 오늘은 비행할 수 없으니 내일 아침 7시에 다시 출발할 예정이란다.
그게 끝이다.
항의하는 사람도 없고, 항의 한다고 별 뾰족한 대책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일부는 환불을 받고 버스로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공항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아침 비행기는 결항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버스를 타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을거란다.

하지만 카투만두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막막하기만 하다.
배낭은 공항 사무실에 보관을 부탁하고 카메라 배낭만 메고, 공항을 나왔다.
그냥 멍하게 서 있는데, 중국인 아가씨 두 명이 다가오더니 시내로 가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택시를 같이 타고 가서 택시비를 나눠서 내는 게 어떠냐고 제의를 하길래 좋다고하고 따라 나섰다.
시내까지는 500-600루피 정도면 된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시내로 가서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 새로운 친구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