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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밤...
시간풍경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실 제가 변산바람꽃있는 곳이 어디냐고... 쪽지를 보냈기 때문인데... 전화까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간 곳이 변산이 아니고... 이쪽 근처에...."
"헉~~"
"저번에 사진을 보니 임복남님이 변산에 다녀가셨던데..."
 그래서 한번도 뵙지 못했던 임복남님에게 실례를 무릎쓰고 전화를 했습니다
"청림마을이라고 하던데... 저희도 그쪽에 아는 분 안내로...."

하지만 청림마을이라는 것과 그리고 내소사 뒷편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만도 어딥니까. (물론 이외에도 더 자세한 친절한 대화 내용이 있었지만~~ 지면관계상 ^^)
25일 월요일 오전에 드디어 길을 나섰습니다.
전날 당직한 관계로 여유있게 갈 수 가 있었는데...
방송에선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고....
하늘은 온통 회색빛입니다 
'비보다는 차라리 눈이 왔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렵지 않게 청림마을을 찾았습니다. 일단 성공 ^^v

변산바람꽃이라는 것이 참... 소박한 꽃이더군요...
꽃이 피어있는 지역도 넓지 않은 몇 군데에 피어있는데...




이렇게 피어있는 꽃이 낙엽에 가려서 꽃만 조금씩 보여 ...
무심고 지나치면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게 생겼습니다.
좀 더 자세히 담아보니 이렇게 생겼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대낮인데도 셔터 속도가 정말 나오지 않습니다. 바람도 살살 불어오고... 왜 이러지 ㅡㅡ;;;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다 보니 ....
여기 저기... 그래도 제법 많이 피었습니다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
조금씩 여유있게 살았다면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고 보고 살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사람의 손을 타서인지...
꽃을 보면서도 아쉽습니다...
꽃 밑에 낙엽을 다 쓸어내서 꽃들이 바닥을 향하거나 누운 꽃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간풍경 형님 말씀대로 바닥을 박박 기어다니면서....
조금 맘에 드는 꽃이 있으면 들이대봅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변산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주말에 참 많은 사람이 왔었다고 합니다. (어쩐지 꽃들 상태가 많이 안좋다 했습니다. 다음엔 주초가 아닌 주말 이전에 와야 겠습니다)
어찌나 말을 안듣고 토요일, 일요일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던지...
밭 이랑을 다 무너뜨리고 꽃을 찍는다고 산비탈에 돌맹이 나뭇가지를 밭으로 던져 넣는다고 합니다
무너진 밭이랑은 장마철에 홍수로 이어지고...
밭에 버려진 돌맹이와 나뭇가지는 팔순에 할머니 혼자 다 치워야 한다는데...
할머니가 " 내가 오죽하면 저 이쁜 꽃에 제초제를 뿌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겠어~" 하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올해도...
사진찍고 꽃 구경하던 사람들이 꽃을 가져간답니다.
요렇게 이쁜 꽃을...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들로 보이는 일행분들도 말을 보탭니다
"여기가 점점 예전만 못해져가요."
"사실 여기보다 많이 피어있는 지역을 저희들은 아는데... 이야기를 안해요"
"저희들도 잘 안가고요. 가면 금새 표시가 나거든요."




왠지 씁쓸한 맛이 입안 가득해집니다.
할머니 말씀이 원래 여기에 복수초도 많았고... 노루귀도 많이 피었는데...
다 가져가서... 이젠 거의 못 본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자리를 떠나기 전에 꽃 주변에 낙엽을 다시 깔아줬습니다. 
왠지 무척 추워보였거든요... 그리고 누군가 깔끔하게(?) 치웠을지 모르지만 원래대로 덮어놔야 꽃이 건강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옷은 말이 아닙니다.
아마도 어머니가 봤으면... 볼기짝을 몇대 맞았을 겁니다
얼마나 바닥을 배로 기어다녔는지...
황토옷이 되고 말았습니다.... 탈탈탈... 성의껏 털고... 
할머니께도 안부인사를 드린 후 노루귀를 담기위해 내소사를 향합니다.
그런데...
어라 정말 이슬비도 아닌 것이 눈도 아닌 것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도착한 내소사... 눈이 이젠 제법 내립니다.
대략 위치만 들었을 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노루귀 자생지를 찾아 가는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노루귀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내려가보니...
어라~~ 여기에도 변산바람꽃이... 있네요~
이 꽃을 앵글에 담다가...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앗~! 큰일이다.' 라는 것을...
 그렇습니다. 여기 꽃이 청림마을보다 늦어 덜 핀 것이 아니라. 쌀쌀한 기온과 눈으로 인해 꽃들이 움츠러 들었던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주변을 보니 바람꽃들이 다 그렇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꽃들은 더 움츠러 들었습니다. 이럴수가~~~!! (대략난감 ㅡㅡ;;)




차라리 눈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음는지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바보 ㅡㅡ;;)
눈으로 주변은 점점 더 덮혀오고...
어렵게 발견한 꽃들은 ... 정말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변산바람꽃들이였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바로 이 꽃... 아마 제 생각이 맞다면.. 요건 노루귀일 겁니다





야호~!
이쪽 근처를 찾아보면 더 있겠구나... 하고 다른 노루귀를 찾습니다
황금을 찾는 심정이 저만 같았을까요?
정말 눈이 빠져라하고 찾았는데.... 더 이상의 노루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점점 더 덮혀오는 눈으로 인해 찾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나요?
생각치 못한 복수초가 빼꼼히 보이네요




복수초라면 혹시 활짝 핀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제 바램일뿐... 상황은 달랐습니다
쌀쌀한 날씨와 눈으로 인해 피어있는 꽃을 더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복수초를 담다가 보니..
제 꼴이 말이 아닙니다....
물에 빠진 생쥐도 저보다는 나았을 것 같네요...
물에 젖은 몰골이 제가 봐도 참 심난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한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또 다른 날을 기약하며 젖은 옷을 말리며 그렇게 왔습니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시고 길을 알려주신 시간풍경형님 임복남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부족한 사진과 개인 출사기를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