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온갖 서류더미가 산더미같고
(최근 2년간 군 감사자료 제출하라 하여
회계 장부에서부터 진료비 청구 명세서, 근무 일지 등
온갖 서류가 널부러져 있습니다.)
벌써 새벽 2시 반이 되어 가네요. zzzz........
밤 10시 반 경, 전화를 받았어요.
안담 마을에 사는 세준이 아빠가 돌아가신것 같다고
소장님이 좀 오셔서 봐야겠다는 아주머니의 전화였어요.
7년 전에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은 고1이 된 아들과 살면서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분인데
성실한 것 같으면서도 감춰지지 않는 그 쓸쓸함........
술과 벗하여 사는 분이었어요.
왕진 가방을 챙겨 달려갔는데
현장엔 이미 119 앰뷸런스가 출동해 있었고,
그분들께선 사망 선언을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그래도 한 번 봐야지..... 싶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앉은 채로 팬티만 입고 잠을 자듯 돌아가신 세준이 아빠..
최초 목격자가 시신에 손을 대서 옆으로 넘어져 구부정하게 누워계신
세준 아빠를 바라보는 순간,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이제 마흔 넷을 사심으로 생을 마감하시다니
살아온 날들이 아무리 휴지조각처럼 낡고 가볍고
존재 가치 없이 살아왔다 한들 그래도 이건 아니잖습니까?
잠시 후 경찰에서 형사들이 오고, 현장을 사진 찍고,
이런 저런 소지품과 주변 물품들을 확인하시고....
금산에서 자취하는 세준이는 전화 연락을 받고 택시타고 달려오고,
아는 친척분들에게 급히 연락하고...
저는 현장을 목격한 참고인 자격으로
세준이는 유가족 자격으로
부남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라는 것을 작성하고 왔습니다.
우리 세준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혼하여 그동안 연락도 없던 엄마에게 가야할까요?
세준아... 힘내... 이젠 네가 할 일이 많아졌다며
어깨를 다독이며 감싸 안아주는데 왜 그리 마음이 아픈지.....
세준이 아빠는 장례식장으로 옮겨갔고
경찰 순찰차를 타고 나온 저는 진료소로
세준이는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서요..
두서없이 적어 봤습니다.
분위기 다운되는 글이라.....
내일 지울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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