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10분.
갓 들어온 신입사원한테 책상정리를 시켰는데 얼마나 말을 듣지 않는지, 혼내주면서 열받고 있는데....
핸드폰 알람 소리에 꿈을 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략 2시간 정도면 될거라고 생각하고 4:30분에 출발했지만, 네비게이션을 켜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3시간 정도의 소요시간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은 전주부터 국도를 이용하라고 알려준다.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정읍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겨우 해뜨기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곰소항을 지나 갑을치 고개 정상에 잠시 차를 세우고 새벽 분위기를 한 장 담고서 얼른 모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 뵙는 얼굴들이지만 너무도 친숙하고 정겨운 만남.
오동과매화(오매)형님과 늑대와 춤을(늑대)님.. 그리고 '준호'라는 닉을 쓰시는 세분이 바로 그 주인공들.
간단한 인사를 한 뒤 모항으로 들어선 우리는 수평선 저 너머 물감을 엎질러 놓은듯 붉게 물들어있는 하늘색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삼각대를 펼쳐 좋은 자리를 나름대로 선정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예쁘고 귀엽기만한 작은 등대와 지나는 고깃배가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포구 바로위에 자리잡은 멋진 나무의 모습은 마치 성흥산성 꼭대기의 나무를 그대로 들어다가 가져다 놓은듯 아름답다
나무 꼭대기 부근의 까치집 마저도 아름다움에 일조한다.
비록 수평선 위를 힘차게 차고 올라오는 똥그란 태양은 아니었지만, 모항의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그렇게 모항 촬영을 마치고, 얼른 내소사로 향했다.
이른 아침, 사람도 없는데, 매표소 직원은 부지런하게도 출근해서 자리를 지킨다. ㅡㅡ;
16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내소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하늘이 보이지않을 만큼 높이 자란 전나무들이 끝도 보이지 않을만큼 긴 거리에 일렬로 도열해서 우리를 맞는다.
아무도 없는 한가로운 전나무길의 산책. 피톤치드의 상쾌함 보다도 신선한 아침의 분위기가 더욱 가슴을 잔잔하게 만든다.
꽃 창살문양의 내소사 대웅보전은 국보291호에 지정될만큼 진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법당 마당에 있는 꺾어진 소나무의 모습이 또한 진귀하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서, 곰소염전으로 향했다.
3월 중순은 넘어야 소금을 만들어 낸다는 아저씨는 연신 염전의 타일 바닥을 깨끗히 청소하고 계신다.
하얀 눈밭으로 변해있을 그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를 거쳐, 적벽강, 채석강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쭈꾸미 샤브샤브...
굵직한 다리가 살짝 데쳐지는 사각거리면서도 쫄깃하다. 늑대님의 말씀을 빌자면...
'쫀득'한 쭈꾸미... ^^
알이 가득한 쭈꾸미 '대가리'(오매형님을 말씀을 빌어..)는 씹히는 맛이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늑대님께서 점심을 사셨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잠시 뒤, 정지홍님께서 수원을 출발하여 격포 채석강에 도착하셨다.
사실 오매형님보다 더 형님이시다. ^^;; 엄청 미인이신 형수님과 함께 오셨는데 너무 보기가 좋다.
새만금방조제 끄트머리에 위치한 개벌의 장승공원을 찾았다. 방조제 설치로 죽어버린 갯벌을 위해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늘 공존하는 세상의 이치에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부안호를 둘러보면서 하늘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아무래도 일몰을 보긴 틀린거 같다.
점점 짙어지는 구름이 태양을 집어 삼키고 있다.
일행은 얼른 솔섬으로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솔섬에는 이미 많은 사진가들이 삼각대를 펼쳐놓고 지는 해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원찮은 날씨 때문에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두어장을 찍고나니 이내 해는 자취를 감춰 버린다. 제대로 된 붉은 빛도 한번 보질 못했는데...
하지만 나중을 기약하라는 하늘의 계시인지도 모른다. ^^
다시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하러 곰소항으로 갔다.
거나하게 차려진 모듬회는 그 싱싱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입가에 남아있는듯 하다.
많은 분들이 올 줄 알았는데, 저 혼자 와서 돈 많이 절약되었으니 실컷 먹으라고 하신 오매형님의
호탕한 웃음이 아직도 곁에 계신듯 느껴집니다.
오늘 부산에 친한 친구분의 모친상에 참석해야 하신다던데.. 부디 먼길 안전운행 하시구요...
늑대님, 준호님과 더불어 하루종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게 뵈어서 많은 촬영 하지 못해 아쉬운 지홍형님과 형수님...
봄이 되면 청주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다같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제가 쏠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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