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쿤밍시내가 보이고 쿤밍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산이라는 산.
미인이 누어있는 모습처럼 부드러운 산, 그러나 깍아지른 절벽에 이들은 길을 만들어 놓고 즐기고 있다.
내려오면서 늦게 출근한 하늘에 걸린 달도 쳐다본다.
이제 며칠 후면 보름달이 뜨겠지...
우리 부부처럼 걸어서 내려오는 중국인들도 많이 있다.
어설픈 몇 마디로 그들과 대화도 나누며 그렇게 걸어 내려온다.
구름에 달 가 듯이 가는 나그네.... 오잉? 구름이 전혀 보이지 않네~~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같은 길을 걸어 내려온다.
30년을 함께 살아오며 무수히 많은 말을 하고 살아왔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
방금 올라갔던 서산도 아쉬워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카메라에 모습을 담는다.
밑에는 또 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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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는 곳곳에 많은 글들이 새겨져 있다.
벽해(碧海)라...
푸른 바다... 좋은 모습이지...
하지만 녹조를 보고 이런 말을 이곳에 새기지는 않았겠지?
만약 옛날부터 이랬다면.... 얼라리요? 그렇다면 녹조가 생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말인데?
벽해라고 쓴 이곳도 아래로 내려다 보면 글자처럼 얼굴색이 파래진다.
아침 안개와 이슬은 해가 뜨면 그렇게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부부간의 갈등과 미움도 아침 안개처럼... 그리고 이슬처럼 자취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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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랜시간 걸어 입구까지 내려 왔는데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또 함께 30년을 살았지만 오늘 울 마눌님이 고소 공포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부간에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직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하긴... 꽤돌이 제갈공명도 "사람의 속처럼 알기 힘든 일이 없다"고 이실직고 했는데....
이런 숲이 울창한 길을 걸으면 숲이 해충을 막기위해 내뿜는 피톤치드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유황함량이 높은 경유를 사용하기에 차가 한 번 지나가면 절대로 신선한 공기가 아니다.
내려오다 보니까 태화사라는 절로 올라가는 곳이 보인다.
그러면 아직까지 버스 타는 곳까지 4.3km 남았다는 말이다.
5시 경에 올라올 때 꼬마버스를 내렸던 가오야이까지 걸어내려 왔다.
현판에 걸린 글.... 띠앤츠 호수의 밤에 달이 뜨면.... 그래~ 우짤낀데?
지금 대낮인데도 달이 우리 부부를 계속 따라 왔다.
띠앤츠의 달은 때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토커 달이란 말인가?
하긴 달이 뜨면 호수의 녹조가 더 찬란해지겠지?
1위안 내고 94번 버스를 종점에서 타고 민족촌까지 내려오다 반대편 종점까지 가 보기로 한다.
5시 35분 바로 민족촌 정류장에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종점이 있고 그곳에는 해경공원이라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던 녹조화 현상의 극치를 보여주던 죽은 호수 공원....
겨울이 되면 많은 갈매기들이 녹조 청소하러 시베리아에서 날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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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점에서 44번 버스를 타고 시내 금마방이라는 거리로 가기로 했다.
오늘 서산 용문 다녀온 길.
버스 내리는 곳을 몰라 지나치고 쿤밍역까지 와버려서 찐드기처럼 그냥 버스에 앉아 버텨보기로 하자.
제까짓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버스가 아니더냐?
2번 째 정류장에 내려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내를 걷는다.
도중에 과일가게에 들려 과일도 사고....
대부분 과일은 1kg 단위의 가격을 적어 놓아 과일 사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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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 드디어 불을 밝힌 금마방이라는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金馬坊과 碧鷄坊이라는 두 개의 패방(문짝 없는 문)이 서로 마주보고 동쪽과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에는 금마방, 서쪽에는 벽계방이 동서로 아무 말없이 서로 째려보고 서 있는 데....
이곳 금마방과 벽계방이 있는 거리를 만든 이유는 옛날 아름다운 호수 기슭에 황금빛 말이 있었는데 이곳의 말과
교배를 한 후 하루에 500리를 달릴 수 있는 새끼를 낳았단다.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가 타던 적토마는 1.000리를 달리는 데 능력이 딱 50%....
(그렇게 청렴하고 강직한 관우는 그때 왜 조조를 떠나 유비를 찾아갈 때 千里走單騎하며 조조가 준 적토마는
돌려주지 않고 타고 야반도주 했을까?
사람의 속내란 關帝라고까지 제왕의 반열로 추앙받는 관우마저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했다.)
이 황금말이 가끔 쿤밍의 동쪽 소나무 숲에 나타나 아름다운 금빛 자태를 뽐내었기에 금마라고 불렀단다.
원래 잘난 녀석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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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거리를 걷다가 주변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식권을 팔고 식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 주방에 식권을 제시하면 음식이 나온다.
음식 이름과 가격이 붙어있기에 적당한 가격의 음식을 가르키면 식권을 살 수 있어 별도의 말도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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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안에 있는 아무 자리나 앉아서 먹으면 끝~~
우리가 먹은 쌀국수인 토지미시엔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다만 깨진 그릇에 담긴 미시엔을 먹을 뿐이다.
깨진 그릇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장사가 잘되는 집의 상징이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그곳에 가면 늘 깨진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닭고기를 뼈 채 빠셔버려 잘못하면 입천장 구멍 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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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면 오늘의 일과는 끝이난다.
베이징로로 걸어가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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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우시앙(九鄕)동굴을 간다.
땅 위에 스린, 땅 밑에 지우시앙... 오늘은 하늘 길이 있는 서산 용문....
쿤밍에 가면 산전, 수전에 지상전, 지하전 그리고 공중전까지 경험할 수 있다.
오늘 둘이서 사용한 경비
아침 식사 미시엔 8, 쿤밍역 가는 버스비 2, 기차표 267, 만두 4, 빵 4, 민족촌 행 버스 2, 가오야오 버스비 2,
택시 합승 10, 리프트 50, 용문 문표 60, 해경공원행 버스 2, 시내행 버스 2, 귤 1kg 4, 토지미시엔 10,
숙소행 버스 2. 숙박비 80위안. 오늘 총 509위안. 누계 591위안 / 2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나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 온 옆지기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그게 얼마나 허황된 생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란 이렇게 영원히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佳人은 아직도 옆지기를 더 알아야 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여백이 남아있습니다.
장씨가 아닌 강씨 형제가 한다는 유명한 쌀국수인 미시엔집...
그곳은 식사를 하기 위해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걷는다.
부부는 이렇게 함께 금마방과 벽계방처럼 마주보고 또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다.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더라도 더 가야할 길이 아직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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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금 다녀 온 서산 기슭에 푸른 옥과 같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봉황이 살았는데 벽계라고 불렀단다.
그 봉황도 가끔 나타나 자기도 봐달라고 칭얼거렸다고 하여 이곳에 말과 봉황을 기리기 위해 패방을 두 개 세우고
그 이름을 금마와 벽계방이라고 한단다.
젠장... 그러면 그 먼 옛날에 살았다는 봉황도 띠앤츠 호수의 녹조를 먹고 푸르게 변질되었다는 말인가?
사람도 감귤를 많이 먹으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호 애재라~~ 불쌍한 봉황이여~~ 너도 푸르딩딩하게 착색이 되었구나....
이곳에는 금벽교휘(金碧交輝)라는 말이 있는데 황금빛과 오묘한 푸른빛이 서로 엇갈리는 현상을 말한단다.
지는 석양이 벽계방을 비추면 그림자가 동쪽의 금마방쪽으로 기울고 이 때 달이 떠 금마방을 비추면 금마방의
그림자가 벽계방쪽으로 비추어, 지는 해와 뜨는 달이 한 데 어울려 두 패방의 그림자가 일직선에 놓이는 현상이다.
이 현상을 금벽교휘라고 하는 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60년 만에 한 번 있는 일이라고 하니....
그럼 그날 날씨가 흐리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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