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雨中(추야우중)
최치원
秋風唯苦吟 -추풍유고음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조리나니)
世路少知音 - 세로소지음
(세상에 나를 알아 주는 이가 없구나)
窓外三更雨 - 창외삼경우
(창 밖에는 밤 깊도록 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 등전만리심
(등불 앞의 마음은 만 리 밖을 달리네)
계절적으로 맞지 않는 시이기는 한데요.
제가 가끔 글씨 연습할때 적곤하는 시입니다.
전 이 시구중 특히 "세로소지음"이란 구절을 참 좋아합니다.
가슴에 마구 드리받치거든요 ..ㅎㅎ
고등학교때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를 들으면서
나도 죽기전에 그런 친구를 둘 수 있을까 ..
생각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땐 남은 길도 많고 경험도 적었으니,
당연히 많을꺼다 했습니다.
이제 40을 넘어 중반으로 치닷고 있는데..
정말 있나 ?
생각해보면 ...
정말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먹고 산다고 이민을 가고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떨어진것 같네요.
친구집에 수가락, 젓가락이 몇개인지 알아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
예전엔 그랬습니다..
서로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알아야 한다고,
젊은 시절, 술잔을 따라주면서,
친구가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
정말 지겹도록 따졌었는데,
이제 새치가 많아지면서야.. 겨우,
설령 얼굴 한번 안봐도,
그 사람의 인품과 인격을 보면서
맹목적으로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옛적 하이텔에서 텍스트모드 채팅이란걸 해본 후,
지금까지 컴퓨터가 내 곁을 떠날 시간이 없었고,
웹이다, 프로그램이다...
이 재주로 밥먹고 살면서도,
남들 많이하는 개인 홈페이지 필요도 없었고,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으며,
마땅한 이유도 찾지 못했습니다.
뉴스의 기사에 자주 나오는 익명의 횡포도 무서웠고,
마음을 주고는 받지 못함 또한 무서웠으며,
나를 알릴 마땅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오해 받고,
문제 생기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만난 또는 알게된 사람들이
그저 Passing By한다는 것도 허무했구요.
그 모두가 내 스스로의 잣대로 재며,
내 멋대로 기대함으로 인한 욕심의 소치임을
이제서야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
세상에는,
아무런 계산 없이 줄 수 있을만큼 모두 퍼주고,
작은 콩알 하나 받은 것을 태산을 받은 것으로 여겨주고,
자기가 가진 범위내에서 소박하게 최선을 다하며,
자기가 믿는 바를 강요하지 않으며,
남을 존중하고,
물질이나, 의미, 지식보다는 ...
마음만을 주고 받으면서도 행복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웁니다.
세상에 나있는,
많고 많은 길 중,
제가 선택한 길은 아주 좁고,
어두운 길인것 같습니다.
그 좁고 어두운 길 중에,
이런 공간을 통해,
여러분을 만남은
정말 달콤한 휴식이요 안식입니다.
요즘 거의 매일밤,
늦게 회사에 앉아 잔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처리닷컴을 누르고
사진을 살펴보고 댓글들을 읽으면서
예전에 저한테 없었던 여유를 보게 됩니다.
어제, 저녁 먹을때 걸려온 시풍형님의 따뜻한 전화,
짱빠님의 기상천외한 글과 따뜻한 사진,
정말 미친x 처럼 오랫동안 혼자 웃어댓습니다.
전 짧은 평생 살면서 개인적으로 형님으로 모신분이 한분도 안계셨습니다.
뭐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 워낙 내성적이고 ...
어쩐지 쑥스럽고 .. ㅎㅎ ..
무엇보다도 제가 마음을 못 열였던 거죠.
여기는 ..
저한테 정말 많은 형님들이 계십니다.
제가 이미 형님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신데 ..
제가 그렇게 안부른다고 섭섭해 하지 마세요...
마음속에서는 형님들이시니까요 ..
왜 대통령을 할아버지라고 부르기 힘든거 있쟎아요 .. ㅎㅎ
얼마전 어느 기행문을 읽다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의 글에, 도니님이 등장하더군요 ..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
여기는 또,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삶이 존경스럽고, 이루신 것이 존경스럽고,
멋지게 살아내심이 존경스럽고,
가진바 재능이 존경스러운 분들 ......
처리님 ...
복받으실꺼구, 천당가실껍니다.
이런 사이트를 만드셔서 만남을 주선하셨으니,
전 그냥 기꺼이 처리닷컴 폐인 될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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