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끝에 핀 한 떨기 야생화 같은 절
때묻지 않고 사랑스런 절집을 꼽으라면 나는 가장 먼저 땅끝 미황사를 떠올린다. 천릿길을 달려온 국토의 숨결이 다하는 해남 땅 달마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데, 여관은 물론 가겟방 하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다. 외롭고 적막한 고찰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고 인심 또한 옛 것이어서, 노독에 지친 나그네라면 하룻밤의 여수를 풀 수도 있다. 횐 눈이 내린 겨울의 풍경은 가히 절경을 넘어선 피안의 절집 같은 분위기다 . - 산사(2002, 이 형권)中 미황사 편-
이 책을 보고나서부터 꿈꿔왔던 그 곳을 우연한 기회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가는 바람에 사람들도 너무 많고, 시간도 많지 않아 달마산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투명한 대웅전과 멋진 달마산의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뛰었습니다. 오래동안 그리워하던 애인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 ㅎㅎ
우리나라 육지의 절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미황사는 달마산 바위능선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범접할 수 없는 기상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 중건된 대웅보전은 비바람에 단청이 다 지워져 나뭇결이 드러나 화려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 든다.
- 산사(2002, 이 형권 ) 中 미황사 편-
절 입구의 동백숲은 백련사의 그것과는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동백나무들이 기름을 발라놓은듯, 반짝 반짝 빛을 바라고, 떨어져 흩어진 동백꽃들이 처연했습니다.
이맘때쯤 어디가든 마찬가지지만, 그 우거진 나무숲에 들어가서 나물을 채취하는 등산복차림의 아주머니들 .. 길가에서 소리높여 노래하고 춤을 추는 분들 ... 정말 아쉬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차라리 .. 그냥 열심히 그렇게 놀수 있는 장소에 가는게 좋지 않을지 ....
주위에 아무런 숙박시설, 식당이 없고, 방문객이 없다면 정말 조용할 듯했습니다. 1시간이면 저 달마산에 오를 수 있고, 다도해, 땅끝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또 저도 가보지 못했지만, 부도밭의 부도들도 볼만하다고 합니다.
하루 숙박하는데, 혼자 쓰는 방은 오만원 같이 쓰면 삼만원이라고 하니, 하루 이틀 머물면서 마음을 쉬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날이 올는지 ... ㅎㅎ..
절 앞 찻집에서 찔레꽃을 보며 음미한 녹차향이 아직도 입안에 머무는듯 합니다...
찻집앞에는 햇살받은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에 들른 곳이었지만,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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