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소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나기를 생각했다. 소나기는 사실 슬픈 내용이지만 소년은 진짜 소년시절부터 애뜻한 사랑을 꿈꾸어 왔는지 비만 오면 소나기를 떠올리곤 한다. ~ 늙은 소나기 ~ 그랬다. 소녀는 오늘도 앞만보고 갔다. 계획하지 않던길로 접어들어 오늘 동화같은 소나기를 엮어가기엔 시작부터 너무 빡쌨다. 몇차례 숨고르기를 한 후 오른 전망바위. 하늘이 가끔 울때마다 소년은 겁이 덜컹났다. 소년과 소녀는 안개비 촉촉히 내리는 숲사면을 헉헉대며 올랐다. 소녀는 줄이 너무 가늘다고 투덜댔지만 소년은 썩은 동아줄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바위틈의 원추리가 반겼다. 사실은 반겼는지 소년은 잘 모른다. 소년과 소녀의 옷은 이미 심하게 젖었다. 아마 원판 소나기에서도 젖었을거라 소년은 생각했다. 산은 오름짓이 심할수록 내림짓이 즐겁다는걸 알기에 소년과 소녀는 말없이 올랐다. 소년은 소녀가 보이지 않을만큼 가 버렸는데 젖은 숲을 마냥 마라보고 있었다. 땅이 소년의 코에 닿았다. 흙과 풀과 낙엽들의 냄새는 싱싱했다.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숲속의 향기. 소년과 소녀는 이 맛을 즐겼다. 소년은 소녀를 앞세우고 걷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소녀를 뒤따라가기가 힘들만큼 소녀는 꾸준히 걷는 반면 소년의 걸음은 매우 불규칙했다. 소년과 소녀는 이 참나무 숲길을 가을에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녀가 외쳤다. 심봤다~ 작년 그 곳에 망태버섯이 있었다. 가뭄이 꽤 지속돼서인지 물줄기는 빈약했다. 소녀가 말했다. "내가 태어날때 나는 울고 내 옆사람들은 웃었다. 나 죽을때 나는 웃고 주변에서 울어야할텐데.. 나는 죽음이 서러워 울고 주변에서는 잘 죽었다고 웃는다면 진짜루 서러울거야~" 이제 떼죽나무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열매가 맺히고. 벌레먹은 잎사귀도 깊어가는 여름을 말한다. 소녀는 젖은 신발에서 개구리 소리가 나도 걷는것을 마냥 즐거워했으며 소년은 집에 돌아가 애호박과 풋고추 숭숭 썰어 된장물에 끓인 도야지 찌게 먹을 일을 떠올리며 즐거워 했다. 그날 오후 소년은 얼큰한 찌게와 함께 얼음 동동 띄운 복분자주 한잔에 취해 작은 액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다 카메라를 안고 잠이 들었다. - 출연 - 절대로 뒤 안돌아 보는 늙은소녀 = 체리. 뒷풀이 때문에 산에가는 늙은소년 = 적뽕. 08년7월13일 연석산에서.. 체리부부♥향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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