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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 Canon EOS 5D / 2008:04:05 / 11:04:52 / Manual Exposure / Multi-segment / 800x533 / F16.0 / 1/320 (0.003) s / ISO-800 / 0.00EV / Manual WB / Flash not fired / 34mm / 11mm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김정희

대낮에
꽃 양산이 즐비한 거리를 늙은 고양이처럼 걸었다
바람이 불었다
내 좁은 흉곽으로 經들이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흘러도 읽어내지 못하는 까막눈을
새들이 꺼내 물고 네거리 쪽으로 갔다
길고 긴 詩句를 받아 적는지
한 떠돌이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디에도
우리가 지나 온 길보다 더 긴 시구를 가진 시는 없다*
나는 꽃 핀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유랑하는 청춘들의 푸른 이마를 적시며
행상꾼의 생선비린내를 몰며
삼라만상 狂氣들을 덮으며 흘러가는 經들 위로
다시 발을 얹었다
네게로 가기 위해


* 존 버거의 시 ‘이별’에서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