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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 It Be - 숙명가야금연주단 (stop = ■)




설국이던 날 오후







설국이 며칠은 갈 것 같더니만.
그 날 오후 눈은 급속히 녹아 내려 다시 산책을 나갔다.


피다 만 개나리도 있고.





얼큰이도 따라왔는데 틈만나면 한쪽 다리를 들었다.





이걸보고 나는 왜 군침이 나는걸까.
붕어찜이 생각난걸까..




꼭 내 속같다..






그 해, 겨울에도 눈이 많이 내렸었다.
전원풍경을 찍고 인화를 하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분을 따라
나는 필름 몇통을 소비하곤 했다.
갈아 엎어 놓은 논두렁 그림은 남았는데 그 분은 지금 없다.






눈이 더 녹으면 물이 방실거리겠다.




산이 그리워서인지 환영이 보이고..












주인도 없이 우리집에 얹혀지내는 얼큰이.
뺀질이의 빈자리를 지켜주니 대견하기도 하다.
뻘쭘이 두고와서 혼자 좋아라 날뛰는 이놈에게 우리는
가는길에 동네가게에 들러 스넥 한봉지를 사주자고 했다.







눈이 녹으면 금물이 된다.






아직도 갈길이 먼데 윗동네 길가에서
얼큰이는 아리따운 색시의 유혹을 받아 꼬리 살랑거리며 가더니
목이 터져라 불러도 우릴 따라오지 않았다.
새우깡 사주려고 했는데..
에잇 고얀넘같으니.. 배신 때리다니.. 이러면서.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거라며 집에 왔다.










그날 늦은밤까지 지켜봐도 오지 않던 얼큰이.

뻘쭘이 혼자 우두커니 있던 조용한 마당에 자정이 넘어 숏다리 얼큰이가 나타났다.

뻘쭘이가 얼큰이에게 말했다.
'성! 어디갔다 이제와?'
'넌 어리니까 몰라도 돼!'

그러자 뻘쭘이는 코를 벌름거리며..
'성! 성한테서 향수냄새가 나넹?'
'야~야~ 나 지금 피곤해~ 아까 낮에 적뽕 따라감서 오줌 지리고 갔는데
눈이 녹아서 집에 찾아오는데 애먹었다 야!   아~~암 졸린다~~'

맞다. 집이 멀어지면서 군데군데 오줌을 지리고 자꾸 뒤를 돌아보곤 했었다.
그날 얼큰이는 저녁밥도 안먹고 잤는데 이튿날 아침에 씩씩하기만 했다..  




향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