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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리 이야기




아랫집 할머니댁의 '외로운 바둑이.가 외로움을 덜을 일이 생겼었다.
바둑이가 서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양봉을 하는곳이 있다.
집은 없고 그냥 놓아서 기르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올 봄에 온 것이다.

한놈은 뺀질거리게 생겨서 '뺀질이'
눈치만 슬슬 보는 녀석을 '뻘쭘이'라고 따로 이름을 지었다.

주인이 거의 없는지라 심심하던 녀석들은 우리집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봄날이 다 갈 무렵 아예 우리집에 눌러살았다.  
어쩌다가 주인이 오면 잠시 따라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일요일, 배낭을 다 꾸려놓고도 일어나지 못했다.
천근만근의 몸을 일우켜 세우지 못하고 다시 새벽잠에 빠져 버렸다.
남들은 이 시각에 산에 갈 준비를 하련만 우리는 이 시각에 일어나면
산에 가기를 아예 포기하는 셈이다.

앞울타리에는 새소리가 가득하다.
쥐똥나무 열매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 앞의 공터에는 서리가 내렸다.







그냥 바라보면 무언가가 있을것만 같은 곳을 멍하니 바라 본다.







바둑이와 뺀질이 뻘쭘이는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 악을 쓰고 덤벼든다.
차가 지나가도 한참을 따라가며 짖어대니 그리 좋아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 가족을 보면 꼬리를 흔들다 못해 몸뚱이까지 흔들어 대고,
어둠속에 퇴근을 해도 저만치서도 어찌 아는지 쫓아오는데 신기하기만 했다.







그 즈음. 주인이 이사가며 놓고가서 동네를 떠돌던 '얼큰이'도 합세하여
우리집에는 보통 네마리가 득실거렸다.
다행인것은 저만치 사람이 안다니는 곳에만 용변을 보는 덕에 그리 귀찮지도 않고
오히려 든든한 방범(?) 역할을 하는 것 이었다.







그 녀석들이 우리집 소속인걸로 동네 사람들도 인정하게 될만한 가을에
뺀질이는 배가 불러왔다. 바둑이와 같이 말이다.
배가 불러오면서 덩치는 작아도 앙칼진 소리를 내는 뺀질이는 뻘쭘이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먹을것을 더욱 탐하고 애교도 늘었다.  







이 녀석들의 식탐을 잔반으로 해결을 못하여 시장 생선가게에서 아예 부산물을
통째로 가져와서 호박을 어슥어슥 썰어 넣어 끓여서 주면 아주 좋아라 했다.
맨먼저 뺀질이가 먹고 나면 뻘쭘이와 얼큰이 그리고 바둑이 차례가 되었다.







입시 추위가 반짝있던 수능시험날.
낑낑대는 소리가 났다. 네마리를 순산하여 열심히 핥아주며 주변을 다 정리해서
손 댈 일이 없었다. 뺀질이의 애교가 극치에 이르렀고,  젖먹이에 열중하면
먹이를 주어도 잘 나오지도 않았다. 동시에 경계심도 생겨서  만지는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25일이 지나면 젖을 떼니까 한마리를 가지라는 주인과의
약속도 받아놓았는데 우리는 걱정이 되었다. 결국 강아지까지 모두를 우리가 돌봐야 하는
형국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완전 개판이 될..)








25일이 되는 어젯밤.
이제 겨우 눈을 뜰까말까 하는데
뺀질이는 싸늘하게 몸이 굳은 채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오늘..
우유를 데워서 먹이고는 네마리 모두 주인에게 돌려주고
뺀질이는 앞동산에 묻었다.







애시당초 정붙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다 큰 우리 두 딸아이는
밤새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




06,12,12  신지리이야기.. 적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