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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또순여사™/박도순 2010-12-21 15:50:16 2
SONY / DSLR-A700 / 2010:09:04 / 13:08:42 / Auto Exposure / Multi-segment / 300x451 / F9.0 / 1/100 (0.01) s / ISO-160 / 0.00EV / Auto WB / Flash not fired / 40mm


지독한 알콜중독자.
딸만 줄줄이
여섯을 낳고서야 아들을 낳은 남자,
가진 것이라곤 쥐뿔도 없던 그 남자.

못 배운 게 한이라...
너 시집가서 못살겠거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너라!
나는 고향가는 버스 탈 줄 몰라서
도망을 못갔다.
눈이라도 띄어 줄라고 학교에 넣었더니
떨어지라는 대학 덜썩 붙었다고
없는 등록금 어쩔래~
눈물 훔치며
엄마는 친척집으로
그 남자는
나이어린 조카 집으로 다녀봤지만
문전이 박대라.

지게질 할 때마다
고개 마루 앉아
긴 담배 연기를 품으며
어쩌면
세상을 향해 독기도 품었을 그 남자.

하루 하루 고달픈 삶에
귀에 못이 박히라 긁어대는 바가지
패주고도 싶었겠지만
참았는 지
아니면 애증이 깊어 그냥 듣기만 했을까....

딸 자식 갈쳐봤자 아무 소용없는디
덜 답답항께 갈친다고
여러 해 동안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 남자.

큰 딸래미 아들 쌍둥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그러냐? 잘 됐다... 헛웃음과 함께 하셨는데
낼 모레면 출산이어늘
위출혈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4시간만에 내려진 시트위에
"도착 즉시 사망"

그런 동생을 땅에 묻으며
멍청한 놈, 미련한 놈!!
지 앞길 지가 열었다고....
.
.
.
.
그 형님 가시던 날,

큰 아버지!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너무 고맙고요!!

공허한 메아리를
마지막 흙 한 삽에 포 담으며
뒤돌아 서서 담은
'무상'

그 사진이 공모전에 입선했네요!
그 영전에 이 기쁨을 돌려드리면
저 천국에서도 함께 들으실 수 있을까?

지켜보실 두 남자,
지켜보실 그 형제님들,
굳건히 사는 모습 잘 보여드려야할텐데...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