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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사메 무쵸 - 박진광 (stop = ■)




~지난 줄거리~

아주 먼 옛날 서라벌에 시간풍경이라는 못말리는 사진가와
온고을에 향적봉이라는 얼룩딸룩 나뭇꾼이 살았다.

그들은 27년 전에 같은 서당에서 3년간을 지낸 사이로
서로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가 시대가 낳은 작가 '처리닷컴'이라는
사랑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나 전깃줄 교신으로만 만났을 뿐
귀밑머리가 하얗고 쭈글탱이가 된 얼굴을 서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지난 겨울 덕유산 향적봉에서 극적인 상봉의 기회를 놓쳐
아쉬워 하며 지냈는데 서라벌 시간풍경은 틈만나면
계란 얹은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온다고 윽박질렀다...







나뭇꾼 적뽕은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행낭을 꾸렸다.
이것저것 꼬깃꼬깃 쑤셔 넣는데 또 언제나처럼 체리가 한마디 거든다.
'꼭 필요한거 아니면 내놓고 가유~제발..'







오늘도 산행 초입 10 여분 정도는 헐떡거린다.
숨이 곧 꼴딱 넘어가는 듯 했지만 이게 숨고르기라는 걸 알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 산행 초기에는 산멀미를 하던
체리도 이제 곧잘 숨고르기를 잘한다.







산멀미는 고도차이와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준비운동 없이 급작스레 경사면을 오를때 있는 것 같다.

대개는 산행 초입에는 조잘대며 대화를 하다가도
점점 시간이 가고 고도를 높여가면서 힘이들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호흡을 할때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게 맞다고 한다. 그러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혓바닥까지 나오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가장 많이 들이마시고 내뱉기에는 코와 입의 목젖까지
열어젖히고 헐떡거리는게 그래도 낫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3시간째 오름짓을 하는
적뽕과 체리는 그래도 오늘만은 특별한 목적이 있기에
그래도 조절을 잘 해가며 올랐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서고 정상에 다가섰다.
그리고 반대편 저 아래를 바라보며 흠뻑젖은 몸을 닦고
후다닥 티셔츠를 갈아 입었지만 아직도 헐떡거리는
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녹색 초원 가득한 사이로 점 두개가 보였다.
그리고 점점 그 점이 커지고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가까워 오는 두 사람의 표정이 보였다.
그들은 서라벌의 시간풍경과 추억사랑이었다.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게 뭐꼬?"   "뭐가?"
"내사마~ 주글뻔해따~"  "왜?"
"내 체중이 오늘 다 빠졌께따 마~"  "그래 고생했다~"
"막걸리 내놔라 마~"  "부침개는 가져왔나?"







그들은 그렇게 서라벌표 부침개와 온고을표 얼음막걸리 세병을
다 비워가며 먼 산너울을 바라보며 별 할 얘기도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도 그럴것이 전깃줄을 통해서 할 얘기를 그간 다 해버린 것이었다.

오히려 체리와 추억사랑은 저만치 한켠에서 무슨 얘기가 그리 많은지
이 쪽을 슬금슬금 보면서 박장대소 하는게 아닌가.







"어이 시풍. 무슨 얘기들을 저렇게 재밋게 하는걸까?"  "글쎄~"
"아무래도 우리 흉을 보는게 분명하네~"  "무슨 흉?"
"사진기 닦는다고 폭폭이 푹~푹 불어대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하니까 숨어서 한다는 둥..이런거 말야"
"안그런가? 저 나이 되면 흉볼때가 제일 재밋지 않겠나?"  







그리고 날 저물기 전에 그들은 올라왔던 길로 다시 출발을 했다.
두어시간 쯤 걷다가 해는 서산을 향해 곤두박질 치는데
적뽕은 시풍이 잘 내려가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전화벨이 울렸다.
"어~이 적뽕! 나 지금 내려 가다가 다시 올라왔네! "  "엉? 무슨소린가??"
"해넘어 가는 서쪽 하늘이 너무 멋져서 사진 찍을라고 다시왔네~"  "하이고~못말리는 시풍~"







"어이~ 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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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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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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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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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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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잠꼬대를 그렇게 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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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내가 잠꼬대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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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다..



체리부부♥향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