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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길 - 서편제 OST (stop = ■)







향적봉의 향적봉이야기

07-1-14





27년만에 동창을 만나러 간다는 기대와
눈꽃산행 별바라기산행의 꿈에 기대 만빵이었는데
여차저차 사정으로 렌즈만 3개 달랑 남아
황당해 하던 오후를 보내고..

별똥 하나가 산등성이를 휙 지나가는 고요한 들머리.
싸늘한 한줄기 바람에 화들짝 놀라 차속으로 다시 기어들어 갑니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저 아랫마을 전등불빛이
따스하게만 느껴지는 눈길을 터벅터벅 걷습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가루와 함께 바람결도 차갑고
후줄근한 땀으로 온몸이 끈적거리며 손끝도 시렵습니다.

산의 형체를 알아 볼 만한 여명쯤에 도착한
향적봉 대피소는 만원입니다.

몸을 접어 탁자아래로 기어들어가 보온물을
컵라면에 부어 면발이 불기도 전에 입에 꾸겨 넣습니다.






~ 27년만의 동창에게 쓰는 편지 ~



참으로 오랜만일세.
두가닥 전선에 세상의 모든지식이 있는 세상.
그것이 자네와 나를 연결해준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났군.
대피소 옆에서 바라보는 여명은 이러했네.








나는 오늘 저 해를 바라보며 불평하지 않기로 했네.
사진욕심이 많지만 내 손에 들린 작은 컴팩트카메라를 탓하지 않기로 하고.
눈꽃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아쉬워 하지 않기로 했네.
07시24분 해는 가야산 남쪽 비계산 부근에서 솟았다네.










산정에서 해뜰 무렵의 풍경을 바라 보는건 참 좋다네.
마치 꽃향기가 온 천지를 감싸는 것처럼.
가야산 마루금과 뒤쪽으로는 비슬산으로 보이네.








중첩된 산의 그림자.
가운데 뽀족한 산이 지난번에 자네가 다녀왔던 오도산이라네.
오도산 아래쪽으로는 고향가는 길이 있지.








몸시 추워서 잠시 국가중요시설 안으로 피신을 했네.
자네에게 좀 빨리오라고 전화를 했지.
이렇게 밖을 한참 바라보았네.








다시 밖으로 나왔네. 국가중요시설을 배경으로
여전히 상쾌한 아침이었지.









자네가 늦을거라고 해서 하는수 없이 중봉쪽으로 가네.
오늘은 안개가 심하지 않아 좋은 조망이 예상되네.









전화통화만 하고 돌아서려니 서운하면서도 자네가 나를
좋은점만을 기억해줘서 한편 기분이 좋네.
역시 좋은것만을 기억해야 한다고 새삼느꼈네.
일부러 나쁜얘기는 안했는지 모르지만 자네는 그간
좋은사람으로 재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네.
나는 부끄러울게 너무많아 제대로 우러러 보지 못했지만
갑자기 얼음덩어리가 내 머리를 탁 쳐서 한번 올려다 보았네.










내가 민족중흥의 역사적사명을 띠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이 세상에 뭔가는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 점차 약해져가고 있네.
대신 무슨 산꾼중흥에 이바지라도 하듯 이렇게 산을 탐하고 있다네.










중봉 뒤로 지리산 주능이 아주 잘 보이네.
이런정도 보이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다네.
가까운것과 먼 것이 한번에 이렇듯 확연하게 보였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간 안개속에서 방황하며 살아온 것 같네.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절보다 우리 아이들의 나이가 더 된 이 시기에.
우리가 위만 바라보았던 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아래가 생겨버린 나이에.
가슴 설레며 바라보았던 흰 교복 댕기머리 그 여학생 보다도 더 커버린 아이을 둔 내가.
지난 잊혀졌던 많은 것들이 스물스물 되살아 나는군.









덕유산에서는 지리산을 그리워하고
지리산에 가면 그리워 할 산에 없나하고 두리번거리곤 하지.










그래서 그리움과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곤 한다네.









서쪽으로 운장산이 보이네.
내가 많이도 우려먹는 산이지.
하지만 나는 저 산에서 해야 할일이 앞으로도 많다네.








산에들면 오감으로 느끼는 것으로만 만족을 해야하는데 욕심이 생긴다네.








사진기에 뭔가를 담아가려고 시간을 소비하곤 하지.







그렇지만 나는 그 시간들이 아깝지는 않네.







사진기에 담으려고 할때나 사진기를 통해서 바라보면
여지껏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곤 한다네.







그런 기쁨으로 또다시 사진기를 들이대곤 하지.







산너울을 바라보는건 산정에서 만끽하는 큰 기쁨이기도 하네.
바로 앞 백암봉의 백두대간 능선 뒤로 보이는 월봉산과 괘관산 그리고 지리산 주능이라네.
저 뽀족한 천왕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산님 몇몇이 서 있는 백암봉까지 이어져 온 것이네.







거창북상면 병곡리 방향이네.







중봉에서 바라 본 남쪽이네.
아래 덕유평전 뒤로 백암봉과 무룡산 삿갓봉을 이어
남덕유산과 서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
맨 뒤 지리산 마루금.

지리산은 좌측 천왕봉과 우측편의 둥그스레한게 반야봉이며
우측 끝부분이 노고단이네. 덕유산에서는 지리산의 마루금이
좌우로 잘 보이지만 지리산에서는 덕유산이 펼쳐보이지 않네.
덕유 중봉과 남덕유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마루금이 가장 확실한게지.







이제 산님들도 점차 많아졌네.
바라 볼 곳이 많아 한참을 지체했다네.







산님들은 무슨생각을 하며 걸을까.
바로 앞의 능선을 타고 나도 내려 가야겠네.








덕유평전을 내려와서 중봉을 올려다 보네.
이곳은 봄이면 철쭉과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는 곳이라네.








추억을 더듬어 가며 지난봄에도 내려갔던 그길로 갔었네.
하지만 눈이 엉덩이까지 올라오더군. 왠만하면 가볼까 하다가
1주일을 다져온 눈은 밀려나지를 않더구만. 하는수 없이 다시 올라왔네.
향적봉에는 산객이 많아졌고 아쉬워서 자네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
그런데 이제는 자네가 향적봉까지 왔다가 다시 내려간다고?









동쪽으로 가야산 연능과 비계산 오도산 마루금이 보이네.









그리고 오름방향의 내 발자국만이 있는 그 길로 다시 내려왔네.








산은 산대로 산 아래는 또 그들대로 아무일 없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네.
밤새 올라서 자네를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와 미안하게 되었군.
그러나 아쉬움은 또 다시 산에가는 이유가 되지.  


내가 가져간 복분자와 자네가 가져온 과매기가 한데 어울려
산너울이 춤추는 곳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담을 나눌 날을 고대하네.
좋은사진 많이 하시게나.





만남을 다음으로 미루면서..
온고을 향적봉이 달구벌 시간풍경에게.



* 여러 반가웠을 처리님들 뵙지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