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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 안녕하신지요?
밀린 일이 산더미같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늦은 일본 여행 후기를 보고합니다.
3박 4일간의 일정, 모두 잘 마치고 귀가하였습니다.


암울한 과거 한일 역사 관계 속에, 그런 혼란한 시대에 태어나신 시아버님 과거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연세가 여든을 넘은지라 체력은 점점 약해지고,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그러나 오래전부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늘 말없이 가슴으로만 간직하고 계셨던 아버님....
그러한 아버님의 향수병을 이제서야 알게된 며느리, 또순여사 낭군에게
- 여보, 우리 아버님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아버님 고향에 다녀와야하지 않을까?
-그러게... 그게 말처럼 쉽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은
화려한 '오사카성'도 아니고 금빛 뻔쩍 뻔쩍 '금각사'
'은각사', 맛있는 '오코노미야키'도 아니었습니다.





아버님의 상처, 아픈 과거를 함께 걸으며 시아버님과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
흘러간 시간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버님의 상처를 안아주고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에 강제징용되어 조선으로부터 들여오는 놋그릇과 놋수저 등을 녹여서 총알 탄피를 만들었던 공장에 다녀야했던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국어로 배우고, 토요토미히데요시의 지혜와 영웅, 무사들의 이야기, 일본의 역사를 배운 시아버님....



그후 조선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조선으로 강제귀국 당한 부모님과
시아버님의 어린 시절은 결코 녹녹치 않았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함께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듣지 못한 슬픈 과거를 들었고, 왜 아버님은 평소 별로 말이 없는 분이셨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독립군도 아니었고, 독립군의 아들도 아닌 그저 평범한 조선인의 아들이어서
이제는 누구 하나 기억조차 해주지 않은 아픈 과거....
오사카에서 부산항으로 귀국선을 타고 들어오는 풍경, 바다에 수장된 분들도 많았고,
어쩌면 시아버님이 살아서 조선땅에 도착한 것은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아버님처럼 슬픈 과거를 안고 계신 분들이 이 땅에 많이 있다고 합니다.


구경 잘 했다, 참 좋았다... 라는 몇 구절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기엔 마음이 아픈 여행이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물어 물어 찾아간 아버님이 태어난 곳, 쿄토와 오사카시....
현대 문명속에 빌딩들은 숲을 이루고,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오사카성, 금각사 등은
수 많은 관광 인파를 불러 모으고 있었지만
소박한 추억이 어린 카모가와 고향의 강, 다니던 미나미쓰모리 소학교, 불렀던 노래들....





강산이 변해도 여섯 번은 더 변한 세월 속에 묻힌 과거의 추억은
이제는 꺼내기조차 힘든 낡은 추억으로 탈색되어 있었습니다. 


오사카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른다는 서울의 명동같은 도톤보리에 들러
'YAMAHA' 가게에 들어가 '하모니카'를 선물로 사 드렸습니다.
남편도 기억하는 어릴 적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 그 음율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후루사토'였다는 것을
이 며느리가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산천도 없어지고, 인걸도 없어진 지금에 와서
옛 고향 방문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
힘도 없고 의욕도 없이 늘어져 계시던 시아버님에게서
여행중 피곤한 힘겨움 속에서도 왠지 모를 활기가 느껴지고,
순간 순간 풀어 놓는 '이야기'보따리.....



아버님이 태어나 자라고 놀았던 곳이라 기억하시는 오사카 니시나리구 미나미쯔모리 거리,
소학교, 강변도 거닐어 보았고요.....

'비용은 들지만 그 몇 배는 더 풍요로워지는 것',
그것이 여행이라고 노래한 어느분의 글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늦은 귀가, 보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