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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복 500km라는 먼거리 출사 공지를 보고 엄청 먼길을 계획하셨구나라고 생각했다.
  화요일까지 휴무여서 한편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으니 그이에게 말이라도 해봐야지 결심했다.

"힝? 강원도 진부까지?"
"힘들겠지?"
"당신 가고 싶으면 가봐!"
"그래도 될까?"

  "처리님, 집앞까지 가지는 약도를 알려주세요", 쪽지드리고 그 내용을 프린트 하여 짐을 꾸렸다. 근무마친 후 유성으로 출발, 서대전 부근까지 달려오니 옷갈아입으며 소파에 놓고 온 핸드폰 생각이 났다. 아뿔싸! 돌아갈 수도 없고 이를 어쩌나? 처리님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도 아닌데... 온라인과의 모든 것이 단절된 기분!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으니 잘 해야 두 시간은 자겠다 생각하고는 남편에게 콜을 부탁하고 잠을 청했다. 뒤척이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깜빡 잠든 사이에 월드컵 덕분(!)에 잠못드는 그이^^2시에 나를 흔들어 깨웠다. 비몽 사몽, 옷을 챙겨입고

"여보, 다녀올께"
"내가 특별히 또 운전까지 해주지. 당신 아마 첫길이라 잘 찾아갈까 염려가 돼서 말이지..."
"오호~~ 감격~"
"그리고 청주 도착 한 시간 전에 전화해. 나올께"

  청주로 향가는 길, 차가 이상하다. Heat meter 눈금이 H부근으로 치솟는다. 불안해하는 남편, 80km이상을 달릴 수 없다는 남편, 처리님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확히 3시, 박카스님이랑 이미 기다리고 계셨다. 몇 번 전화를 하셨다지만 휴대폰을 놓고 왔으니 받을 수 없었기에.... 연락이 안돼서 이상하다 생각하셨댄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가게에서 물을 얻어 냉각수통에 채우는 것으로 차량 위기를 모면하고, 남편은 다시 집으로 일행은 강원을 향해 출발하였다.
  어두운 새벽길을 달려 소사휴게소를 지날 즈음... 동해 특유의 아침이 밝아온다. 자욱한 안개, 밝아오는 하늘, 와 와... 탄성 연발이다. 진부로 향하는 길에는 감자밭에 감자꽃이 아침 안개와 환상적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멋진 풍광 앞에서는 촬영을 위해 차를 멈추었고, 단임마을 입구에서 해담님과 첫 상면, 경상도 특유의 말씨가 참 푸근하다.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오래된 친구같다. 이끼 계곡을 찾아 계곡을 오르고 또 오른다.
  아가들 먹는 시럽 약병에 무주구천동 오미자꿀을 담아 갔다. 처리님, 박카스님, 해담님께 한 병씩 드리고, 새벽부터 달려오셨으니 뇌세포에 포도당 공급하시라고..... ㅎㅎ   아가들이 쮸쮸바를 빨아먹듯 어른들의 쮸쮸바 빨기... ㅋㅋ 꿀맛이었을걸요??

  깊은 산중에 맑고 드넓은 계곡, 푸른 이끼, '장전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런 곳이 있다니.... 계곡 입구에 주차된 많은 차들을 보니 이 계곡의 매력에 매료된 사람들이 참 많구나... 가슴속으로부터 솟아나는 감동스러운 그 느낌이란 녹푸른 이끼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처럼 새로 샘솟는 충만한 그 어떤 것이었다. 촬영에 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진으로 담기보다는 눈으로 담는 것에 열중했다. 저리 아름다운 것을 어찌 이 작은 카메라에 담을 수 있나?를 생각하면서.... ㅎㅎ
  횡계로 향한다.
  10시가 넘어간다.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아침을 먹고 양떼목장으로 향해야겠다고 처리님의 안내로 황태전골 국물이 시원한 황태1번지, 묵은 김치와 두부찜, 고추가루 없이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황태음식 전문점으로 향했다. 아침이 꿀맛이다.
  양떼목장을 향한다.
  사진에서 봐서 알겠지만 드넓은 초원에 푸른 하늘, 많은 사람들이 목장에 올라간다.
  순한 양, 부드러운 양털, 따스함... 이런 인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건초냄새, 분뇨 냄새.. 읔... 그러나 연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가족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광각과 망원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누가 누구에게 찍힐 지 모르는 순간이라 처리닷컴 회원들과의 출사는 다소 긴장이다.  여지없이 처리님의 광각과 망원에 아름답게 걸렸다. 오고가는 길에 평소 궁금했던 것 물어 궁금증이 해소되고,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니 출사길은 아무리 멀어도 여행의 즐거움과 깊이는 더해가는 것 같다.
  바로 적을 것을..... 생각도 잘 안나는군.. 해담님과 아쉬운 인사를 뒤로하고 청주로 향해 돌아왔다.
  무주로 갔다가 찍은 사진을 열어볼 시간도 없이 다시 대전으로 올라왔기에 아직도 사진을 열지 못했다.
  장거리 운전, 친절한 안내 도맡아 해준 처리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결혼 준비 하나 하나 해가고 있는 박카스님의 아름다운 모습에는 괜한 부러움, 해담님의 러브스토리에는 감동과 안타까움이.....

  강원 출사길을 허락해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추억은 사진보다 더 선명해지리라.